’한국은 부시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고려할 정도로 이성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의 지적을 읽으면서 ‘개구리의 반응 실험’이 다시 생각났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던져 넣으면 화들짝 놀라 뛰쳐나온다. 그러나 찬물에 집어넣고 가열하면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는 줄도 모르고 헤엄치다가 그냥 죽어버린다.
지금 남한이 후자의 형국이다. 북한과 미국이 불을 지피고 있는 물통 속에서 헤엄치는 개구리 처지와 다르지 않다. 물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데 유유자적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남한은 북한을 ‘뜨거운 물’보듯 했다. 작은 일에도 행여 그 물에 델세라 거리를 두며 살았다.
그러던 것이 김대중씨 집권이후 북한은 더 이상 뜨거운 물이 아니었다. 국민들은 햇빛 정책이란 명목 하에 그 물 속에 들어가 놀도록 강요받았다. 막대한 자금을 알게 모르게 마구 퍼준 댓가로 정상회담에, 금강산 구경에 참 잘 놀았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 남한과 한마음으로 어울린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당초부터 치밀한 계획 하에 남한의 호주머니만 노렸다.
이제 좋은 파트너였던 김대중 정권이 다하고, 부시 행정부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더 이상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북한은 한반도라는 물통에 갑자기 가열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발목이 잡혀 있을 때 ‘핵’으로 미국을 압박, 자신들의 정권안보를 얻어보겠다는 것이 북한의 숨은 의도가 아니겠는가. 따라서 물은 앞으로 점점 뜨거워져 외교적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조만간 치사수준을 넘어갈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의 ‘위협’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지금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북한의 핵 위협’과 이를 용납 않는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무슨 근거로 북한의 위협이 없다고 하는 것인지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노대통령에 대해 불안해한다. 대통령이 된 지금도 혹시나 과거 운동권학생들과 비슷한 순진한 대북·대미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해서 이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막중한 자리다. 이제는 이상을 고집하기 보다 실현성 있는 대책에 관심을 기우려야 한다. 구체적인 대책도 없이 성질대로 말하고 다녀서야 리더십이 생기지 않는다.
모든 국제관계가 그렇겠지만 특히 한미관계에서는 더욱 세련되게 처신해야 한다. 미국에 대한 노대통령의 생각이 원칙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자존심을 세울 것은 세워야한다.
그러나 국제관계는 자존심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국제관계를 현실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오직 ‘힘’과 ‘실리’이다.
좋으나 싫으나 미국은 한반도 안보에 있어 가장 큰 변수다. 미국에는 자존심으로 버티면서 북한은 은근히 두둔하는 노대통령의 현실인식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정확한 현실인식하에 나온 ‘전략적 자존심’이라면 좋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남한을 위해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남한에 도움된다하더라도 그것은 엄연히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이른바 ‘파워 아메리카’ 정책은 더욱 고집스러워지고 있다.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면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정책이다. 그 시범 케이스가 이라크다.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남한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미국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핵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 북한 핵시설을 폭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미관계가 좋아도 어려운 상황인데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김대중정부는 지난 5년간 한·미관계의 표류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노 대통령 측도 상황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켜왔다.
북한의 의도적인 도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한반도를 당장 ‘뜨거운 물’속에 던져 넣지 않고 있는 것은 아직 이라크 문제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라크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다음은 북한 차례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그 시기를 올 여름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안보가 정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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