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그라운드 위에서 펼치는 둥근 공의 마술.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빠지게 되는 당구는 신사의 도라 불리워왔다. 상대와의 끊임없는 신경전을 펼치는 가운데서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고 룰이 있다.
과거 귀족들만의 유희로 사랑 받아온 당구는 오늘날 성인, 청소년등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실내오락으로 인기다.
애난데일에는 한국식 당구장도 성업중이어서 한인 마니아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당구의 맛, 멋
“나인볼은 운으로 좌우되는 게임이다. 그러나 때로는 운이 좌우하는 예술이다."
퇴물 취급을 받고 있는 당구계의 명수 폴 뉴먼이 패기만만한 신참 당구인 탐 크루즈에게 자신이 습득한 게임 요령을 알려주며 하는 말이다.
당구영화 컬러 오브 머니(Color of Money)의 한 장면처럼 당구의 묘미는 흔히 예술에 비견된다.
당구(撞球)는 빌리아드(Billiad)의 역어. 직사각형의 구대 위에 몇 개의 공을 놓고 당구채(큐; Cue)로 쳐서 맞추어 승패를 겨루는 실내 오락이자 스포츠이다.
원형인 공의 회전원리를 이용해 가로 2.54m, 세로 1.27m의 직사각형 대 위에서 펼치는 게임인 것이다.
흰색 공 2개와 적색 공 2개로 즐기는 4구 당구의 매력은 사각의 녹색 링 위에서 펼쳐지는 작은 공들의 조화에 있다. 공들끼리 때로는 부딪히고 대로는 피해가면서 점수를 높여나간다. 또 큐를 잡아 공을 구석으로 몰아가고 때로는 흩뜨리면서 상대를 견제하는 병법도 짜릿하다.
어찌보면 단순한 원리지만 각을 이해하고 원의 원리를 활용해야 하는 물리와 과학의 응용게임이다.
그래서 당구에 한번 빠지면 골프처럼 침식을 잊는다. 그래서 당구를 치기 시작한 초보자들은“네모난 식탁이 당구대처럼 보여”“사람들 머리가 당구공 같아"“이런 공은 어떻게 쳐야할까?”하며 끊임없이 궁리한다. 그만큼 당구공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애호가들은 이런 어려움을 윤동주의 서시에 빗대 시로 풀어내기도 한다.
“오백을 칠 때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번의 히로도 없기를/ 큐대에 이는 초크 가루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쫑과 삑사리는 뽀루꾸로 모든 죽어 가는 공을 살려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가야시를 착실히 빼내야겠다/ 오늘밤에도 흰공이 적구를 스치운다."
당구인의 4대 정신은 흔히 큐대의 곧은 마음, 당구공의 둥근 마음, 다이(대)의 넓은 마음, 쵸크의 희생정신으로 표현된다. 그만큼 신사의 오락이란 뜻이다.
그러나 70-80년대 한국에서의 당구장 문화는 한때 왜곡됐다. 하루 종일 자욱한 담배 연기와 천박한 대화와 난무하는, 불량스런 청년들의 집합소처럼 오해되기도 했다.
90년대 들어 포켓볼이 도입되고 당구장도 칙칙한 분위기를 벗어나며 신세대들의 경쾌한 오락장으로 변신해나가고 있다.
■한국 당구장도 있다
90년대까지 한인사회에 전무한 한국 당구장의 원조는 애난데일의 해피당구장. 2000년 카페 누아 2층에 문을 열어 한인 당구 마니아들의 각광을 받아왔다.
모두 10개의 당구대를 갖추고 오전 11시 문을 열어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시간당 게임비는 12달러. 포켓대도 3개 구비해 젊은 층들이 많이 애용한다.
최근 당구점수 2,000의 한인 최고수가 출입하고 있어 워싱턴 당구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피당구장이 인기를 끄는 이유중의 하나는 친한 벗들과 먹고 마시면서 당구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라면 4.95달러, 맥주 2.75달러, 짜장면 4.95달러, 김밥, 치킨 윙, 치킨 너겟, 오뎅 국수가 준비돼 있으며 새로 볶음밥과 떡볶이, 핫도그를 개발했다. 시원하게 끓여낸 라면은 특히 인기다. 703-750-2011.
2001년 애난데일에 명동당구장이 문을 열어 현재는 2개소의 한인당구장이 성업중이다.
이밖에도 미국식 당구장인 스프링필드의 큐 당구장 등에도 한인들의 출입이 잦은 편이다.
■당구 게임의 종류
당구에는 여러 가지 종목이 있는데 크게 나누어 캐럼 게임(4구, 보크라인, 스리쿠션 등)과 포켓 게임(로테이션, 에이트볼, 나인볼, 14-1 라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것은 4구 경기로서 적.백 2개씩의 공을 써서 승부를 겨눈다.
스리쿠션 경기는 적색공 1개, 백색공 2개로 승부를 겨눈다. 또 내기 당구에 주로 사용하는 식스볼 게임과 나인볼 게임도 있다. 세계 포켓볼 여왕인 자넷 리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구의 역사
당구의 기원은 분명치 않다. 다만 14~15세기 크리켓과 비슷한 옥외 스포츠였던 것을 실내 게임으로 개량, 유럽 각지에서 발달해 간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당구는 16, 7세기경부터 자못 성행되었고, 셰익스피어의 저서 ‘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에는 당구(Billiard)란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당시의 문학작품에는 이 빌리아드가 인용된 것이 많다.
처음 당구는 떡갈나무로 당구대를 만들고 공도 나무로 만들었다. 공을 치는 큐도 메스나 짧은 지팡이 같은 것으로 칠 정도로 요즘의 형태와는 달랐다.
그러다 기술의 개발로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
초크는 19세기 초 영국에서’매직 파우더(마법의 가루)’란 이름으로 개발됐다. 초크로 인해 큐 끝의 미끄러짐을 막고 공에 횡회전을 줄 수 있게되면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의 당구는 18세기경 영국의 파견 수비대가 뉴욕 집회소에 당구 기구를 가져온 게 시초. 19세기에 들어서자 맨해턴에 최초의 당구장이 생기고 영국식 포켓 테이블이 놓였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당구는 1925년경 일본인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지금의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근처에 일본인이 경영하는 당구장이 있었다고 한다.
1928년에는 프랑스와 벨기에를 중심으로 세계 당구 연맹이 설립되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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