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도 우리 나라에 가정폭력이 있었을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부간(夫婦間)이라고 하지만 바탕이 인간(人間)이요, 성(性)이 다른 남녀간(男女間)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는 숙명적으로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가정사가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신분상 여성이 남성 부럽지 않게 살았던 고려시대와 그 이전은 물론이고 가부장제(家父長制)였던 조선시대에도 향리(鄕里) 마다 향약(鄕約)이란 엄격한 율법이 있어 부모 앞에서 개를 꾸짖는 일 조차도 불효로 처벌을 받았다.
하물며 가정불화로 험한 말이 담 너머로 여러 차례 새거나 가정폭력이 있을 경우, 대과악(大過惡·ruthlessness)이란 죄명으로 마을에서 추방하였다.
그래서 가정생활에서 여자는 인봉(忍縫)이라 하여 바느질하는 것으로 참고, 남자는 백인당(百忍堂)이라 하여 참을 인(忍)자를 백 번 되풀이하는 것으로 미덕을 삼았다.
살과 살이 섞인 관계여서 촌수조차 없다는 가장 가까운 부부사이! 그래서 부부사이를 금실(琴瑟)이라 하여 거문고와 비파의 아름다운 어울림 소리로 비유하기도 하고, 부부 산술법에서는 1+1=2가 아니고 1+1=1로 계산하기도 하고, "주머니 돈이 쌈지 돈"이란 말로 미화되기도 한다. 그런데 다음 사례는 너무나 소름끼치는 섬듯한 얘기다
「지난 밤 그는 저를 두드려 팼지요. 그 순간 저는 집을 뛰쳐나오려고 했어요. 그렇게되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은 누가 돌보고요? 돈은 어떻게 하구요? 저는 그가 무섭지만 떠나기도 두려워요. 그러나 그는 틀림없이 후회할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또 받았어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어요. 바로 제 장례식 날이었거든요. 지지난 밤 그는 드디어 흉기로 저를 죽였어요. 제가 좀더 용기를 갖고 집을 나왔다면 저는 오늘 꽃을 또 받지 않았을 거예요.」
글쓴이는 그냥 글이라고 토를 달았지만 오늘날 이런 식의 꽃 얘기를 단순한 글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도 남편이 휘두르는 말(verbalviolence)과 각종 도구를 동원한 폭력 앞에 소리 없이 울고 지내는 가정폭력 희생자들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UCLA의 모 교수가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비슷한 숫자의 한국계,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18세-91세 남녀 3천713명을 대상으로한 가정폭력 인지도 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0.5%가 "가정내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알고있다"고 대답했으며 이 중 85%는 “피해자들이 육체적인 부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또 집안에서 어린이들이 보는 앞에서 일어난 가정폭력에 대해 25%가 “알고있다"고 대답했으며 26.1%는 심한 가정폭력으로 경찰이 출동한 사례도 있다고 응답했다.
아내와 남편은 서로를 위해 끊임없이 하나의 초점을 바라보며 자극을 주고받아야 한다. 사랑을 조건으로 서로가 좋아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서로가 서로에게 지치고, 서로가 서로에게 권태를 느끼게 마련이다.
부부생활의 과정이 3일간 사랑하고, 3년간 싸우고, 30년 동안 화해하며 살아야 한다는 숙명 때문인지도 모른다.
용서(forgiveness)는 허물을 면해주는 것이고 화해(reconciliation)는 다투던 일을 푸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들인가. 그러나 아집과 독선, 오해와 시기, 긴장과 성급 등 장애물이 우리가 쉽게 사용해야 할 이 아름다운 단어의 사용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앞에서 여자는 인봉, 남자는 백인당을 철학으로 참고 지낸다고 했지만 인내라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최선의 방법은 거문고와 비파가 아름다운 어울림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사전에 조율을 해 두는 것이다.(琴瑟之樂)
첫째. 아내와 남편을 하나가 되게 하는 가교(架橋)는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가교를 지탱하는 것은 수시로 가벼운 유머도 섞어가며 대화(對話)하는 관계다.
둘째, 자기 자신보다 공동 관심사에 대하여 더 많은 얘기를 나눈다.
셋째, 서로 아픈 곳을 자극하지 말고, 상대방을 제3자와 비교하지 않는다.
넷째, 두 사람이 동시에 화를 내지 않으며, 집에 불이 났을 때를 제외하고 고함을 지르지 않는다.
다섯째, 사랑한다고 먼저 말하고 화해도 먼저 한다.(부부 5계명)
누구나 다 경험하듯이 하루하루 쫓기듯 살다보면 습관만 덩그러니 남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지금의 내가 아닌 참 나를 찾고 싶고, 신혼 때의 젊은 기분을 되찾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이럴 때 배우자와 같이 중문을 박차고 사랑방 나들이를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국에서 “가정의 달"인 5월 중 21일을 “부부의 날"로 삼는다는 얘기가 나왔다. 왜 21일인가. 둘(2)이 하나(1)가 되는 날이라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덤으로 매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삼고 달력에 동그라미 하나 표시 해 두면 좋겠다. 금실은 자주 조율해 두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ikhchang@aol.com
멤피스 한인사 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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