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향토 음식 중에는 대체로 자극성이 강한 성분을 함유한 음식이 많은 것 같다. 그중 매운 음식은 우리 한국인들의 식탁에 빠져서는 되지 않을 중요한 고유 음식으로 자리를 잡고있다. 더구나 옛날부터 전해져 이어오는 매운맛을 가미한 우리 음식이 바다 건너와 이곳 미국에서도 즐겨 찾는 분들이 서서히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매운맛은 그저 입안에서의 화끈거리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붉은빛으로 미각을 자극해 식욕을 촉진시켜 소화를 도울 뿐만 아니라 산화 또한 방지하는 독특한 작용을 한다고 한다. 또한, 한방계에서는 자칫 여름에 기운이 흐트러지기 쉬우므로 이 매운 맛으로 기운을 돋우워 주는 것이 좋다고 하며 특히 겨울에는 추운 날씨로 혈관이 수축되기 때문에 혈관을 확장시켜 주려고 이 맛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반면에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고 전한다.
이 글을 적으면서 난 벌써 몇 년 전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어른들이 뜨겁고 매운 국을 먹으면서,
" 아 시원하다!"
하면서 흡족한 듯한 어른들의 모습이 그렇게 궁금했었는지, 하루는 큰 아이가,
" 엄마 왜 맵고 뜨거운 국을 먹으면서 시원하다고 해요?"
천진하고 맑은 얼굴에 눈을 동그랗게 뜨곤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어른들이 무심코 내뱉는 한 마디가 신기했었던 것 같았다. 달리 설명할 대책이 서질 않아 급한 대로 네가 이 다음에 자라면 알게 된다고 얼버무려었다.
한번은 우리 나라 강원도 속초에서 선교사로 활동하시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신 ‘남 승원’ 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니신 신부님을 알게되어 집으로 초대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최대한 우리 고유의 음식으로 준비를 하고 그분과 함께 한 저녁 식탁에서 김치와 매운탕은 자신이 직접 만들어 드신다고 하시며, 처음에 우리 나라에 가서 이 맛에 적응이 안 되어 물을 몇 컵이나 들이키셨는지 모른다고 하시니까 그때, 큰 아이가 가만히 옆에서 듣고 있더니 나에게 귓속말로 속닥거리기를
" 엄마 먹지 않으면 될걸 왜 억지로 먹지요?’
그래서 직접 여쭈어 보라고 했더니, 잔잔한 미소를 띠시며 솔직하게 전해주신 말씀은, 대체로 한국인들은 손님을 초대하여 대접할 때에는 식사를 끝낸 밥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것을 좋아하시더라고 하시면서 덤으로 그 곳 사람들의 소박함과 인심이 일생 동안 지내오시면서 두고 두고 잊히지 않으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또 한가지 더 말씀 해 주셨던 것은 빛깔이 발그스름한 음식이 자꾸 유혹을 해 오니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어서 먹어 본 뒤로 그 매운맛에 중독 아닌 중독이 되어 할 수 없이 앞치마를 두르시고 직접 한국 요리를 배우시게 되었다는 경위를 찬찬히 들려 주셨다.
그분이 다녀가신 이 후로 우리 아이들도 우리 고유의 음식에 점점 입맛을 찾아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미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에서 느낄 수 없는 우리의 깊은 매운맛을 알아가던 어느날,
" 아 시원하다!"
하면서 큰 아이는 만족의 웃음을 내게 보이며 이제서야 어릴 적 그 질문의 대답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몇 번을 끄덕이며 순식간에 육계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더 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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