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UI 스쿨 통해 본 한인들 음주운전 실태
차디찬 미결수 대기실서 밤새
중범죄인 취급에 모멸감 느껴
정신적·물질적 손해 엄청나

“다시는 음주운전하지 않을래요.”
한인봉사센터 DUI(Driving Under Influence) 스쿨에서 20시간동안 인성교육을 받은 음주운전들이 내뱉는 한결같은 말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뉘우침과 단호한 의지가 배어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순간부터 경험해야 했던, 기억조차 하기 싫은 괴로운 순간들이 자꾸만 뇌리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의 미결수 대기실, 역겨운 냄새, 중범죄인 취급, 주정꾼의 소란, 시간이 지날수록 다가오는 까닭모를 불안, 초조….
한 교육생은 “좁고 긴 나무의자가 놓인 좁은 방에 가둬놓아 무슨 수용소 같았다”며 “치욕적이고 창피스러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쓰라린 기억을 토해냈다.
음주운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차치하고라도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쩌다 재수없이 걸렸다”고 치부하기에는 피해가 엄청나게 큰 것이다. 자신 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음주운전은 또 다른 사회악으로 인식되고 있다.
DUI 스쿨 사례를 통해 한인들의 음주운전 실태를 진단한다.
▲사례1= 스몰 비즈니스를 하는 30대초 장모씨는 경찰을 피해 뒷길로 가다 걸린 경우다. 장씨는 퇴근후 직원과 둘이서 타운에서 소주 3병을 마신 뒤 새벽 1,2시쯤 핸들을 잡았다.
“로렌스 빌에 집이 있는데 큰 길 보다는 뒷길을 택했습니다. 아무래도 술을 마셨기 때문에 자꾸 브레이크를 밟게 되더군요. 그런 순간 어느새 경찰차가 뒤에 따라붙어 있더군요.” 장씨는 수갑이 채워져 곧바로 귀넷 카운티 감옥(jail)으로 직행했다.
“덩치 큰 셰리프가 내 허리띠를 풀고 신발까지 벗긴 뒤 지갑도 빼앗고 소지품을 압수하더군요. 그날 밤은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샌 장씨는 20시간이 지난 다음날 낮 부인이 가져온 현금으로 보석금(bond)을 내고 풀려났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면회왔어요.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절대로 술을 먹고 운전하지 않겠습니다. 한 방울도 마셔선 안돼요. 남의 인생까지 망칩니다.”
▲사례2= 40대 후반의 이모씨는 백일집에서 보드카 7∼8잔을 마시고 집으로 오다 밤 12시 무렵 I-285 선상에서 걸렸다. 이씨의 혈중알콜은 0.09로 기준치(0.08) 보다 약간 높았다.
“백일집에서 30분 정도 자고 나왔는데 몸이 피곤하니까 졸음운전을 한 것 같아요. 뒤를 보니 경광등을 번쩍거리며 경찰차가 따라오더군요. 술 먹었냐, 내려서 똑바로 걸어봐라, ABC를 외워봐라 등 테스트를 하더니 곧바로 수갑을 채웠습니다.”
이씨는 이 사건을 처리하는데 현찰 9천달러가 들었다고 실토했다. “물질적인 것 보다 정신적인 손해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모욕적이고 부끄럽고 창피스러워 죽을 지경이었지요.”
▲사례3= 20대 직장인 최모씨는 친구 3명이랑 식당에서 해장국 먹고 2차로 술집에 들러 양주를 마신 뒤 새벽녘 집 근처 큰 길에서 붙잡혔다.
“정신이 말짱한 느낌이 들어 운전했습니다. 보호실에서 10시간 이상 셀폰을 사용하지 못해 회사에 연락할 수 없었어요. 회사에서는 제가 행방불명됐다고 온통 난리를 쳤다고 합니다.”
최씨는 “기억조차 하기 싫다”며 “퀴퀴한 보호실에 앉아 있으려니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팔도 꼬집어 봤으나 역시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사례4= 30대 변모씨는 바로 집 앞에서 잡힌 케이스. 변씨는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친구집에 집들이 갔다 와인 네잔을 마신 뒤 밤 11시쯤 2마일 정도 운전해서 돌아왔다.
“아파트 단지 안에 주차한 뒤 차에서 내리려는데 경찰이 다가왔어요. 불빛에 눈동자를 비추더니 어딘가에 무전기로 연락하고 수갑을 채워 귀넷 감옥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정말 비참한 심정이었어요. 코앞이 집이라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경찰이 아파트를 순찰하다 제가 주차하는 모습이 이상해서 음주운전을 의심했다고 합니다. 보호소에서 8시간 동안 갇혀 있으면서 누구한테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 밤새 고민했습니다. 또 음주운전으로 감옥에 있다는 사실을 직장 상사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까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어요.”
◇어떤 불이익이 있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따르게 마련이다.
DUI 스쿨 교육생들에 따르면 보석금 1천200∼1천600달러(어린이 승차땐 4천달러), 집행유예비(probation fee) 500달러, 변호사비 600∼1천500달러, 운전면허증 찾기 210달러, DUI 스쿨 등록비 265달러, 차량 토잉비, 보험료 인상 등 많게는 1만달러까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
만일 유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not guilty claim) 비용은 수만달러가 추가로 들어간다.
이 뿐 아니다. 보호실 구류 24시간, 사회봉사 40∼64시간, 법원 감사(auditing) 2시간, 드럭 테스트 등에다 법원에 들락날락 해야하고 비즈니스 손실 등을 합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도 이만저만 아니다. 생활이 빠듯한 이민자일 경우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김상국 기자 koreatime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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