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한반도가 미국 언론의 톱뉴스를 장식한 한주였다.
18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난 한인들은 미국 TV방송을 통해 대구시 지하철 참사를 처음 접했다. 이스트베이에 사는 한인 H모씨는 이날 아침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주다가 교사로부터 "한국에서 지하철에 불이 나 1백명 이상이 죽은 것을 아느냐?"는 말을 듣고서 부랴부랴 TV를 켜봤다고 말했다.
19일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는 이례적으로 1면에 대구 지하철 참사를 사진 2장과 함께 중심기사로 보도했다.
이밖에도 웨스트카운티 타임스와 같은 베이지역 모든 신문과 방송들이 연일 대구 참사를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사건에 미국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유사한 사건이 미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들이 노리는 곳은 고층건물이나 지하철, 열차, 비행기 등과 같이 다수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이다.
이번 사건이 보도되자 뉴욕시 경찰은 지하철 테러대책 개선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안전점검을 시작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지는 20일 이런 사건이 뉴욕에서 일어날 가능성을 거의 없다는 경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미국언론들의 논조는 처음 비극적 사건의 실상을 알리는 것에서 조금씩 변화, 어이없는 사건이 일어난 한국의 후진적인 안전 시스템을 지적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94년 뉴욕 지하철에서도 사제 폭발물이 터져 객차 안에 화재가 발생했으나 피해는 부상자 48명에 불과했고 불이 다른 객차로 번지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욕시는 이 사건 이후 지하철 안전대책을 대폭 강화했으며 시 교통당국 관리들과 소비자 단체들, 학자들은 뉴욕시에서 대구와 같은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한결같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지하철의 모든 객차들은 사고시 전력공급이 끊어지더라도 출입문을 여닫고 비상등을 가동할 수 있도록 배터리에 의한 예비전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시트를 비롯해 지하철의 모든 구성요소들은 난연성 자재만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20일자 월스트릿 저널은 이번 참사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고 있다.
한국 정도의 경제력이면 비용절감을 위해 안전기준을 무시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충분한 자원을 가진 나라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 신문은 대구 지하철 사고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과거처럼 사고로 노출된 미비점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사고 공화국’으로 불리지 않도록 이번 사고가 보다 전반적인 사회 각분야의 안전기준 개혁의 촉매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인의 철저한 안전의식과 시스템을 바라보면서 한국이 가야할 길은 멀다.
아이들 필드 트립 한번 가는데도 보험가입 유무를 확인하고 학부모들의 서명까지 받아 가는 미국학교의 안전시스템이 다소 귀찮았지만, 이 나라가 왜 선진국으로 도약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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