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00주년을 맞아 진지하게 과거를 돌아보고 내일을 조명하는 각종 학술대회 및 기념행사가 국내외적으로 줄을 잇고 있다. 아틀란타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전에 이미 10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개최됐으며 금년 한 해 동안 교계 및 각 단체별로 100주년 기념 행사가 계속될 예정이다. 각 행사의 주제를 들여다 보면 거의가 다 ‘화합’이나 ‘비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만큼 우리 모두가 두 명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공감하는 터다.
허지만 아틀란타 한인사회는 각 단체와 지도자, 그리고 계층간의 반목이 대단히 심화돼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요즘 일부 단체들이 집단적 이기와 권위를 내세우고 서로를 성토하는 등 반목과 불신이 우려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주 한인사회에 말썽을 빚고있는 재미대한체육회는 더욱 가관이다. 달라스와 아틀란타 개최를 각각 추진하고 있는 두 개의 재미대한체육회는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며 극단으로 대치, 100주년의 이민정신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
모두 양보와 타협의 정신이 없다. 서로 명분을 주지 않은 채 오만한 독선으로 일방통행을 고집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지도자들이 권위의식으로 한인사회에 나온 것 자체가 태생적인 문제를 안고 있음을 증명한다. 신실하고 겸손하게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려는 공복으로서의 자세가 없이는 존경이나 권위는 커녕 온갖 불협화음만 양산하게 됨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아틀란타 한인사회가 지속적인 유입인구로 비대해지면서 언제부턴가 한인사회 각 계층간의 갈등과 감정의 골도 만만치 않은 과제로 떠 올랐다. 엘리트 의식을 갖고 있는 전문인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과의 반목은 ‘혐오’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토박이와 신규 유입층간의 알력, 세대간의 반목도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곳이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미국이다. 다양성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인정되는 사회에서 극히 획일적 사고로 ‘끼리끼리’의 문화를 형성하고 같은 부류가 아니면 배제하려 드는 편협하고 옹졸함은 갈등과 반목만을 키울뿐 사회에 좋은 토양을 조성할 수 없다.
지각있는 인사들이 아류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아틀란타 한인사회의 질적수준을 한탄하고 변혁을 주창하지만 파급효과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지식인들에게서 조차 상대를 인정해 주는 도량있는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인사회 지도층이나 지식인들마저 정신문화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과연 우리사회가 건강성을 찾을 수 있을까.
믿음과 희망이 넘치는 한인사회 건설은 그저 ‘이상’일 뿐인가?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고 신의가 생명처럼 여겨지는 정직한 사회, 반목을 접고 화해와 통합의 시대를 여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인지 우리 모두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각 단체와 지도자,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불화와 반목은 사회를 분열시킬 뿐이다. 반목과 분열, 이대로는 새로운 100년을 도모할 수 없다. 각 단체와 계층, 그리고 세대간의 대립과 대결을 뛰어 넘어 화해와 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한인사회 모든 구성원들은 합리적, 생산적 사고로 갈등과 반목으로 인한 사회적 낭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역사를 더듬어 보면 화합은 우리 민족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커다란 힘이 됐던 반면, 갈등이나 반목은 사회적 혼란과 불안을 조성하여 공동체를 위기에 빠뜨렸다.
한인사회 지도층에서부터 일반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도자들이 자신이 속한 특정단체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편협한 태도에서 벗어나 한인사회 전체를 보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상생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단체와 단체간, 전문인과 비전문인간, 그리고 신·구 세대등 각 계층간의 갈등을 해소, 화합과 공동번영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도자는 물론 한인 모두가 한인사회가 안고있는 문제점과 이민자로서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잘못된 점을 고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편집·취재부장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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