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행사는 무엇일까? 바로 ‘전미주 체육대회’이다.
2년마다 미주 각 도시를 순회하며 열리는 미주체전은 미국에서 열리는 본국의 ‘전국체육대회’라고 보면된다.
각 지역의 명예를 걸고 출전하는 선수와 임원진이 1천500여명에 이를 만큼 미주체전은 그 규모와 내용면에서 한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미주체전이 각광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1.5세와 2세들의 적극적인 참여 때문이다.
한인사회의 주요 행사가 1세들에 치우쳐 2세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면, 미주체전에는 각 지역 2세들이 대거 참여, 스포츠를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고 모국을 사랑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지닌 미주체전이 ‘대미대한체육회’라는 똑같은 명칭을 쓰는 두 개의 단체가 대립하는 바람에 올해는 거의 같은 시기에 두 곳에서 열릴 위기에 빠졌다.
LA의 김영일씨가 회장으로 있는 ‘재미대한체육회’는 ‘제12회 미주체전’을 오는 6월 27일부터 사흘간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LA의 김용길씨가 회장으로 있는 또 다른 ‘재미대한체육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12회 미주체전을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두 단체는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미국내 10여개 지역 체육회에 공문과 전화를 통해 서로 자신들이 주최하는 체전에 참가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각 지역 체육회는 어느 곳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어느 단체가 주최하는 미주체전이 정통성을 갖고 있는지 시비를 가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올해 체전은 지역협회장들의 친분과 연고에 따라 참가할 장소가 정해질지도 모르게 됐다.
■이처럼 미주체전이 분열될 위기에 빠진 원인은 각종 ‘이권’ 때문이라는 것이 일부 체육계 인사들의 진단이다.
미주체전이 회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면서 사흘간의 대회 예산이 150만달러를 넘어설 만큼 큰돈이 드는 행사가 됐다.
미주체전이 갖는 의미를 인정하면서 본국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고 또 본국의 대기업에서 협찬하는 금액도 상당해 이정도의 예산을 감당하고 있다.
이처럼 예산이 커지다보니 확인할 길은 없지만 체전을 주최하는 단체가 이권을 챙길 수 있다는 소문이 횡행하고 있다.
결국 1세들의 돈싸움 때문에 2세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는 미주체전이 표류하게 될 위기에 빠진 것이다.
재미대한체육회가 체육인은 물론 일반 한인들로부터도 신뢰를 잃고 있는 이유는 LA에 편중된 이사진과 집행부가 수십 년간 체전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체육인은 "미주체전은 특정인이나 특정지역을 위해 있는 행사가 아니다"면서 "미국 전체의 체육인들을 대표한 단체로 거듭나 통일된 대회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월드컵 4강신화로 고양된 2세들의 모국사랑 열기가 체전의 분열로 식어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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