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희 기자의 취중 토크] 이수영
발랄한 24살 처녀였다. 가슴에 품은 사연이 많아 왠지 내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수영은 말도 잘 했고, 붙임성도 있었다.
‘말을 잘 안 해도 이해해달라’고 말했던 매니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을 정도로.
칼바람이 불던 날 밤 9시 반, 좀 늦은 시각에 술 자리를 가졌다. 그를 만난 곳은 그가 자주 다닌다는 강남의 한 바였다. 그에게서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아, 어머니!
그는 소녀 가장이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대학 1학년 때 어머니 마저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 때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꼈고, 그 힘든 일을 겪었기에 세상에 이보다 힘든 때는 없을 것이란 오기로 하루하루를 살아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외의 말을 했다. “엄마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 도대체 일어날 수 없는 곳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내가 좀 더 자라 힘을 갖게 되면 그 날 사고를 다시 한번 조사해 볼 작정”이라고.
사람들은 잘 모르고 산다. 부모에게 기댈 수 있다는 게, 부모가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는지. “부모의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친구들이 부럽다”는 반의적인 말로 스산함을 표현한다.
마침 친구처럼 지내는 장나라가 그를 보러 왔고, 그의 아버지 주호성씨가 우리 테이블 계산을 해주고 나가셨다. “저런 거요.” 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붉어진 그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 Thanks, God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서 부터 그는 가수를 꿈꿨다. “(이)효리의 가슴 발육이 남달랐다면, 난 목소리 발육이 남달랐다”며 웃는다. 그 만큼 목소리가 크고 우렁찼다.
“내 인생은 풀리는 일이 없었는데, 가수로서 과정은 술술 잘 풀렸다”고 말했다.
중 3때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주최하는 콘테스트에서 대상 먹고, 분당 중앙고 시절에 노래방 가서 녹음한 데모 테이프를 보냈더니 한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양파 이지훈 등 고교생 가수가 큰 인기를 모아 기획사에서 서둘러 음반을 내자고 했다.
하지만 그는 거절했다. “평생 할 노래인데 이렇게 급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기다려달라”고. 당찬 10대였다. 그 음반사는 그를 기다려줬고, 현재의 소속사가 됐다.
그토록 가수가 되고 싶었던 그가 가수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나님을 만났던 고 3때였다. 이후 어머니를 잃었고 하느님에 대한 의존도는 그의 생활 전부였다. “가스펠 가수 외에는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느 날 하나님이 내게 주신 목소리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비를 넘기고 다시 가수로서의 꿈을 키웠다.”
하나님은 여전히 그의 버팀목이다.
● 존경하는 친구, 효리와 경림이.
그는 자리에 처음 앉았을 때부터 이효리와 박경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서슴없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2집을 냈을 즈음 난 한 마디로 시체 같았다. 몸무게가 38kg까지 나갔다. 못 먹고 못 입고, 하루 16시간씩 연습했다.
그 때 효리가 그랬다. ‘야, 너 이수영이야’라고.” 무대 밖에서는 이지연(그의 본명)이지만, 무대 위에선 독특한 음색을 단박에 찾아낸 노래 잘 하는 가수 이수영이었다. 그 말을 들은 후 거짓말처럼 자신감이 솟았다.
“경림이는 언니 같다. 가수 되기 전, 만약 가수가 되면 가장 만나고 싶은 연예인이 박경림이었다. 그다지 예쁘지 않은 외모, 둔탁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깬 경림이가 정말 멋졌다. 가수가 돼 용기를 내 연락했고, 이후부터 줄곧 나의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그리고 장나라 외에 성시경 강타 등 79클럽 멤버도 친하게 지낸다. 성시경은 취중토크를 한다는 걸 알고 전화를 걸어왔다. “술도 못 먹는 애, 고문하지 말라”며 다시 한번 자기와 취중토크를 하자고 했다.
가족은 동생 둘 밖에 없지만, 그의 곁엔 좋은 친구들이 많아 좋아보였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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