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색다른 음식을 만들어보았다.
색다른 음식이란 다름 아닌 ‘오르되브르’, 즉 식전에 집어먹는 간단한 핑거푸드다.
새로운 것 시도하기를 별로 즐겨하지 않는 내가 안 하던 음식을 하게된 배경은 이렇다.
지난 토요일자 12월7일 LA타임스 1면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트레이더 조(Trader Joe)에서 한 병당 1.99달러인 ‘찰스 쇼’(Charles Shaw) 와인이 불티나게 팔리는데 가격이 왜 그렇게 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이 줄을 서는지를 자세하게 분석한 기사였다.
와인이 한병에 2달러라니,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와인을 몹시 좋아하는 나는 다음날 남편을 꼬셔 3가와 라브레아에 있는 트레이더 조를 찾았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찰스 쇼 와인 박스가 쌓여 있는 곳에서 전날 LA타임스에 난 기사를 운운하며 몇병씩 집어들고 있었다. 그중 몇몇 사람에게 물어보니 멀로도 괜찮고, 샤도네도 맛있고, 카버네 소비뇽도 훌륭하단다.
그래? 2달러짜리인데 밑져야 본전이지, 연말에 친구들도 좀 나눠주자 싶은 생각에 샤도네, 소비뇽 블랑, 카버네 소비뇽을 사재기하는 여편네처럼 짝으로 무식하게 사들고 나왔다.
그런데 사재기로 치자면 미국 애들도 결코 만만치 않아 멀로는 LA타임스에 난 그 날로 160여 케이스가 동이 났단다.
집에 오자마자 한 병을 딴 남편은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이 먹고 싶다며 은근히 부엌을 왔다갔다한다.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이라... 이번 주 커버스토리로 취재한 오르되브르 생각이 났다. 교육의 효과란 놀라운 것이어서 재료를 떠올려보니 그런 대로 응용하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이 내가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게된 경위.
식빵은 없었지만 금방 사온 베이글이 있어서 반을 잘라 살짝 굽고 각각 4등분하니 8쪽이 됐다. 여기에 4개는 크림치즈를 발라 작게 자른 햄과 치즈조각을 얹고, 나머지 4개는 버터를 바르고 햄, 치즈 위에 머스타드와 오이 한 쪽씩 얹어 와인과 함께 내놓았더니 남편은 너무 좋아 입을 다물지 못한다. 토마토나 올리브 같은게 있었으면 좀 더 잘난 체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걸로 간단하게 저녁을 대신한 것까진 좋았는데...
잔뜩 사온 찰스 쇼 와인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이다. 가격에 비해선 상당히 훌륭한 편이지만 너무 달짝지근해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싼게 비지떡이라더니...내가 싫은 와인을 남에게 선물할 수도 없고, 거의 30병이나 쌓여있는 이걸 어쩌지?
그래서 음식 맛에 관해서 만은 남의 말을 듣는게 아닌데, 귀가 얇고 흥분을 잘 하며 충동 구매에 강한 나 자신을 질책해보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어떻게 하겠는가. 결국 또다시 남편을 꼬셔서 다음날 한 케이스를 리턴하고야 말았다.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온 아들아이는 식탁에 놓여있는 빈 접시를 보고 여기에 뭘 담아 먹었느냐고 묻는다. 자기가 없는 동안 엄마 아빠가 뭘 먹었는지가 늘 궁금한 아이, 오르되브르라는 생소한 단어와 함께 레서피의 설명을 듣고는 생일 음식을 실컷 먹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입맛을 쩝쩝 다신다.
이번 일로 인해 나는 다음의 몇가지 철칙을 세웠다.
맛에 관해서는 절대로 남의 의견을 존중하지 말자.
싸구려에는 이유가 있다.
직접 먹어보지 않은 것은 벌크로 구입하지 말자.
신문기사의 내용에 의존하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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