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파 뿌리되어 … 아직도 마음은 청춘을 달립니다. 마음은 저만치 달음질치는데 성성한 백발이 결혼 생활 50년을 돌아보게 합니다. ”
시카고 이민 교회의 산증인인 원로 이종욱목사가 최근 한국 대구파크호텔에서 금혼식을 가졌다.
인간의 평균 수명 연장으로 부부가 50년을 동고동락한다는 것이 평범한 일 같으나 이혼가정이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그리 흔한 일도 아니다. 이목사 6형제 부부중 한사람이 세상을 먼저 뜨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유일하게 이목사 부부만이 금혼식을 갖게 된 것도 이목사 부부에게는 의미가 깊다.
이종욱목사는 가난한 신학생 시절 대구출신의 박순복씨와 6개월동안의 편지왕래를 거쳐 결혼했다. 이들 인연은 이종욱목사가 한국 신학대 재학시절 이목사의 모교회인 경북 금릉군 지리면 상부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개최, 장로회 신학생인 박순복씨를 강사로 초청하면서 시작됐다.
1952년 12월12일 대구 서문교회에서 명신홍목사의 주례로 신식 결혼식을 올려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이들 부부는 그당시 신부는 치마 저고리에 연지, 곤지를 찍고 신랑은 바지, 저고리의 혼례복을 입었던 구식결혼식에서 서양식 정장과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이례적인 예복으로 청춘남녀의 부러움을 샀다.
신혼의 단꿈도 잠시 이목사는 신학문에 대한 배움의 열정을 심기 위해 먼저 유학온 시카고 올드타이머인 처남 박해달씨가 있는 곳으로 유학왔다. 당시 한국정부에서는 기혼여성에게 비자 발급을 제한해 5년후에야 부부가 합류, 제2의 신혼 둥지를 시카고에서 틀었다.
이목사는 일반대학과 신학대학을 졸업한후 시카고에서 가장 오래된 시카고 제일 연합감리교회의 담임 이은택목사를 돕다 한인 증가추세에 따라 시카고 첫 장로교회인 시카고 한인 장로교회(현재 한미장로교회)를 창립했다.
이들 부부는 교인들의 이민정착과 영적훈련을 병행해야 하는 고달픈 이민 목회속에서도 목사라는 직분을 인식, 평신도들의 롤모델 가정이 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다.
과묵한 성격의 이목사는 아내가 싫은 소리를 해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내 가정의 평강에 우선을 두었다. 반면 불같이 급한 이목사의 성격을 아내는 참을성을 발휘, 느긋하고 침착하게 남편의 불을 식혀 주었다.
이들 부부는 서로의 단점을 조화시키면서 “어려움이 있어도 웃음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다.
목회활동과 지식 개발에 많은 열정을 쏟은 이들 부부는 부인 박순복씨가 60세에 공부를 시작, 맥코믹 신학대학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취득, 두부부가 목사의 길을 걸으며, 박사학위를 받았다.
50년 결혼 생활과 더불어 같은 직업을 갖고 같을 길을 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번 금혼식은 이목사 부부에게 슬하에 자녀가 없자 한국의 조카들이 이를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김흥균기자
hkkim@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