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하면 울화통이 터질 수 있는 가상의 얘기들이 있다. 제대말년이라 들떠 있는 한국 군부대의 K병장은 자그마한 달력에 X표시로 날짜를 지워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군에 비상이 선포되고 전역조치가 잠정 중단됐다. 군복무가 연장된 뒤 내무반에서 보내는 하루는 김 병장에겐 한 달처럼 길었다. 그래도 K병장은 국가 안위를 위한 조치라니 보람은 있었을 게다.
타운에 사는 J씨는 2년 전 아이들을 데리고 디즈니랜드에 놀러 갔었다. 빅 선더 마운틴 열차를 타려 했는데 입구에 키를 재는 장치가 돼 있었고 불행히도 작은아이가 미달이었다. 2년이 지나 작은아이의 키가 자라 기차를 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디즈니랜드로 향했던 정씨 가족은 또 한번 좌절을 맛보았다. 디즈니랜드가 어린이 안전사고 빈발로 신장 기준치를 상향조정했기 때문이다. 안내원에게 ‘선처’를 호소했지만 소용없었고 그저 눈물 글썽이는 아이를 달래는 길밖에 없었다. 그래도 J씨는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니 이해는 됐을 게다.
구두가 헤진 C씨는 신문광고에 난 세일업소에 갔다. 한 켤레를 사면 또 한 켤레를 공짜로 준다고 해서 모처럼 저렴한 가격에 두 켤레를 장만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업소에 가보니 "구두가 모자라 2켤레를 사야 한 켤레를 무료 증정한다"고 말을 바꾸었다. 광고문구를 철썩 같이 믿었다가 당한 꼴이 됐다. 그래도 C씨는 구두를 사지 않았다면 크게 손해 볼 일은 아닐 게다.
5년간 무이자 할부판매 프로그램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GM이나 포드자동차가 2년 뒤인 2004년 느닷없이 "이 프로그램 때문에 회사가 경영압박을 받고 있어 이미 판매된 차량에 적용됐던 무이자 융자 프로그램에도 5%의 이자를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한다 치자. 차 구입자들은 매달 납입금에 이자가 가산돼 부담이 가중되니 이들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만하다.
헌데 가상으로만 여겼던 일이 실지로 진행 중에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고객들의 마일리지가 늘자 경영부담을 이유로 서울-미주 등 장거리 노선에 대한 무료 탑승이나 업그레이드 시 공제하는 마일리지를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규정대로라면 혜택을 볼 수 있는 마일리지라도 새 규정이 나온다면 어림도 없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가 형벌로 끊임없이 산 위로 바위를 굴려 올라가듯 항공 이용객들도 다시금 마일리지를 쌓아가야 하는 처지가 된다.
오로지 마일리지 프로그램에 끌려 한국항공을 이용한 많은 고객에겐 ‘배신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겠지만 바른 상도의는 아니다. 손님을 끌려 할 때는 언제고 손님이 몰려 마일리지가 누적되니 딴 생각을 품는다면 그야말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처사일 뿐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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