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you live in an interesting time!”(흥미로운 시대에 사시기 바랍니다!)
이 격언은 원래 중국에서 남을 저주할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얼핏 들으면 ‘흥미로운 시대’에 살라는 것이 어째서 저주일까 하겠지만 근래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아보면 이해가 갈 법도 하다.
지난 1년전부터 최근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보통 사람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예측불허의 일들이 었다. 9.11 테러사건부터 아직도 실마리를 잡지 못하는 탄저균 우편배달 사건, 어제 그제까지 계속된 워싱턴 D.C. 일대 저격 사건까지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시시각각 흥미롭다 못해 불안하기 짝이 없다.
미국이 지금보다 덜 흥미로운 시대를 살던 때가 있었다. 90년대 초 소련의 철의 장막이 무너졌을때, 그후 10년 가까이 세계 경제패권을 전권적으로 누릴때, 사회주의 몰락이 자본주의의 승리라도 되는 듯 들떠 있을때, 미국은 지루한 시대를 살고 있었다. 그런 시대에는 멜로드라마 같은 O.J. 심슨 사건의 재판과정이 뉴스의 초점이었고 여성, 소수민족, 건강보험정책, 환경문제 정도가 한가로운 시대를 장식한 주요 이슈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흥미로운 시대’에는 이런 이슈들이 모두 꼬리를 감추고 만 듯하다. 전쟁의 암운이 드리워진 마당에 여성이니 건강보험이니 다민족 문화같은 문제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어 버린 듯하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이므로 기본적인 문제쯤은 뒷자리로 밀려나도 괜찮다는 식의 태도가 만연해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부시 대통령같은 인물이 서부영화 주인공처럼 을러대기식 정치를 하고 그에 반대하는 입장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현 상태는 아무래도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할수없다.
아무리 같은 당이라고는 해도 온통 강경어조 뿐인 부시팀의 외교노선은 평화적 노력을 위한 대화와 타협의 틈을 주지 않아서 위험스럽기 그지없다. 기본적인 이슈들이 밀려나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막히는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국 의 역사는 과거로 후퇴하게 될 것 이다.
한인들은 기본을 존중하는 미국의 문화, 그 기본에 바탕한 민주주의 이상에 희망을 걸고 조국을 떠나왔다. 그 기본이 흔들린다면 어떤 성공도 무의미하다.
중국인들이 왜 ‘흥미로운 시대’에 살라는 저주를 했을까. 그것은 흥미로운 시대에는 자칫 소중한 기본이 외면되기 때문이다. 전쟁과 폭력, 테러가 계속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행동의 자유를 잃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잃게 된다.
‘흥미로운 시대’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고 두려울 줄이야. 저주치고는 지독한 저주라 아니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인간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과연 중국인다운 발상이라 하겠다. 부디 하루속히 이 ‘흥미로운 시대’가 무사히 지나가 ‘지루한 시대’에 살게 되길 바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