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고추가 더 맵다는 말을 아십니까.
20일 벌어진 월드시리즈 2차전. 9-9 동점이던 8회말 애나하임 에인절스는 팀 새먼의 드라마틱한 결승 투런홈런에 힘입어 11-10으로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뒀다. 환호하며 베이스를 돌아 홈 플레이트를 밟은 새먼은 기다리고 있던 한 조그만 체격의 선수와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많은 사람들이 잠깐 볼 보이로 착각했던 이 아담 사이즈의 선수가 바로 에인절스의 끈질긴 생명력을 상징하며 ‘X-factor’로 불리는 1번타자 겸 숏스탑 데이빗 엑스타인(27)이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엑스타인을 처음 보는 사람은 거의 100% 팀 볼 보이로 착각한다. 공식적으로 나와있는 엑스타인의 신체조건은 5피트8인치, 170파운드. 하지만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면 절대로 그가 5피트8인치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견해다. 넉넉하게 봐주면 5피트6인치, 150파운드 정도라고 한다. 그 정도이니 경기장에서 그를 만나면 선수가 아니라 선수 아들로 착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날 3회초 위기상황에서 에인절스 선수들이 마운드에 모여 미팅을 할 때 함께 있었던 엑스타인은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뛴 것을 놓고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6피트5인치의 3루수 트로이 글로스와 6피트2인치 투수 케빈 에이피어가 높은 곳(?)에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듣고 싶어서 그랬다는 황당한 설명이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아담한 겉모습과 달리 엑스타인의 팀 내 비중은 엄청나다. 이날만 봐도 1회말 6안타 5득점의 소나기 공세 물꼬를 튼 첫 안타를 엑스타인이 쳤고 2회말에는 기습번트안타로 진루한 뒤 새먼의 투런홈런으로 이날 2번째 홈을 밟았다. 9-9 동점이던 8회말에는 1사후 우전안타를 치고 나가 새먼의 2번째 홈런때 이날 3번째 득점을 올렸다. 1점차로 끝난 이날 승부였던 만큼 엑스타인의 활약이 없었으면 못 이겼을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엑스타인은 올 정규시즌 2할9푼3리의 타율에 63타점을 올렸다. 놀라운 것은 홈런이 무려(?) 8개나 되고 이중에 만루홈런만도 3개나 된다는 사실. 작다고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칠 뿐 아니라 가장 상대하기 골치 아픈 선수인 엑스타인은 ‘작은 고추가 맵다’는 옛 말을 생각나게 한다.
<김동우 기자>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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