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는 9.11테러 후 많은 분석가들이 우려했던 급격한 침체로 빠지지는 않았다. 작년 4·4분기에 1.3%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뒤 올해 1·4분기에는 5.6%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해 무려 11차례에 걸쳐 4.75% 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미 경제는 올 초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듯 빠른 속도로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다. 프루덴셜 증권의 마이클 임씨는 “보통 실업률의 등락에 따라 연방 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하 여부가 결정된다”며 “금리의 과감한 인하가 경기회복에 오히려 도움에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향후 경기전망은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잠복해 있어 ‘침체’ 혹은 ‘회복’이라고 단정짓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9.11 테러의 가장 심각한 영향권에 들었던 주요 업종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항공업계
9.11테러로 가장 타격이 컸던 항공업계는 테러 1주년이 되도록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테러 발생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감원, 요금인하 등 필요한 모든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US항공은 이미 지난 달 파산신청을 했고 유나이티드 항공은 이 달 중순까지 노조가 인력조정 계획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파산신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 항공업계가 올해 총 5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항공사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테러 이후 항공여행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여객기 요금이 평균 10%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승객 수는 지난해에 비해 9%를 밑돌고 있다. 연방항공청(FAA)은 오는 10월부터는 항공여행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누적된 적자와 유가상승,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심리로 인해 당분간 항공수요가 정상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관광업계
관광업계도 지난 1년간 모진 시련을 겪었다. 테러에 따른 관광객들의 여행기피 심리도 문제였지만 연방이민국(INS)의 비자발급 및 외국인 국내체류 규정 강화가 관광업계에는 더 치명적이었다.
워싱턴 DC와 뉴욕의 각급 호텔의 경우 테러 직후 50% 이하까지 떨어졌던 투숙률은 올 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아직도 80∼90%에 달했던 테러 이전의 투숙률에는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특히 테러 1주년을 맞아 이라크 침공 임박설이 나돌면서 보복테러를 우려하는 관광객들이 이 지역 여행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 업계 관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서부지역도 마찬가지. 그랜드캐년은 올 들어 최소 40%,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관광객 수가 10% 가량 줄었다. 게다가 업계의 목을 조여오는 INS의 ‘외국인 따돌리기’ 정책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LA 한인사회는 여름이면 봇물을 이루던 단기 언어연수생들이 현격히 줄어들어 일부 유학원은 관련 프로그램 자체를 취소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테러 공포증에 비자도 잘 안 내주니 사람들이 오려고 하겠는가. 앞으로 혁신적인 비자발급 완화정책이 취해지지 않는 한 ‘관광 LA’의 좋은 시절은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증권시장
테러 당일 뉴욕증시는 문도 열지 못했다. 1주일 후 개장한 뉴욕증시는 오픈전 단기금리 0.50%포인트 인하에도 불구 다우지수는 하루기준 사상 최대폭인 684.81포인트(7.1%)가 떨어진 8,920.70을 기록, 90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나스닥지수는 퍼센트 기준으로 최고 낙폭인 6.8%(115.83) 하락해 1,579.55에 마감됐다.
지난 연말 한때 10,000선을 회복,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됐던 증시는 이후 엔론사태로 야기된 회계분식 파장과 소비자 신뢰지수 하락 등으로 지난 7월 7,000선까지 크게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8월22일 기준, 다우지수가 간신히 9,000선을 회복했다.
액사어드바이저의 박용수 재정분석가는 “지난 1929년의 대공황이래 3년 이상 증시가 계속 하락한 예는 없었다”며 “9월의 뉴욕증시는 단기간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활발한 소비와 부동산 시장 등의 활기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7월 다우지수 최저점에 주식을 매수해 8월말 9,000선에 매도한 경우 베어스 마켓에서도 단기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며 투자가들은 단기전략과 중장기 전략을 동시에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흥률·하천식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