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 과학자가 9.11 테러 후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탄저균이 체내에 침투해 면역체계를 교란하고 독성을 나타내는 과정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미국 UC 샌디에이고 (UCSD) 박진모(34) 박사와 마이클 카린 교수는 과학저널 ‘사이언스(30일자)’ 게재 논문에서 생쥐 실험을 통해 탄저균이 면역세포의 신호전달체계를 교란, 세포자살을 일으키는 등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키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탄저균 바이오테러전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이 연구는 탄저균 감염과 발병과정을 명쾌히 밝힘으로써 탄저병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병원체는 보통 체내에 침투하면 첫 면역세포인 백혈구(대식세포)의 공격을 받아 제거되지만 탄저균은 대식세포의 공격을 받아도 살아남아 번식하면서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낸다.
이 때문에 탄저균 감염자는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탄저균이 빠르게 온몸에 퍼지면서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되지만 지금까지 면역체계가 탄저균 침입을 초기에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진모 박사팀은 탄저균이 만드는 독소 단백질(LT:lethal toxin)이 병원체 침입을 감지하는 대식세포의 신호전달체계를 교란, 침입자 경보신호를 자살신호로 바꿔 세포자살을 유도함으로써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대식세포가 균 침입신호를 외부로 알리기 전에 탄저균이 대식세포를 먼저 죽임으로써 면역체계의 공격위험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대식세포에 침투한 탄저균이 대식세포를 이용해 번식할 뿐 아니라 대식세포를 운반도구로 삼아 온몸으로 퍼져나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박 박사는 "탄저균 테러 공포로 인해 지난해 가을 이후 탄저병 치료.예방 기술 개발이 절실한 과제로 대두했다"며 "이 연구결과로 볼 때 탄저균 독소에 대한 해독제 개발은 감염 초기 면역체계 교란을 막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문에 제1저자로 참여한 박 박사는 1998년 서울대 미생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과학기술부 지원 게놈기능제어연구단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난해부터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의대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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