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황진이’를 보고
▶ 해리엣 로빈스/LA영화비평가협회 회원
나와 내 남편은 할리웃에 있는 새로 지은 코닥 극장에서 단 2회 공연된 한국으로부터 온 ‘400년만에 밝은 달이 다시 떠오른다’고 서술된 오페라 ‘황진이’에 초대됐다. 그것은 진실로 특별한 대접이었다.
우리는 초대를 받은 뒤 들뜬 마음으로 극장엘 찾아갔는데 그곳은 마치 한국과 LA가 한데 묵인 듯한 광경이었다. 군중들은 오페라 공연의 기대와 경이를 반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오페라는 400년 전에 실존했던 여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실로 경이스런 이야기였다.
황진이는 조선왕조 시대 혼외정사로 태어난 아름답고 재능 있는 여자였다. 그는 15세 때 자기를 사랑하다 상사병으로 죽은 남자의 영혼과 결혼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황진이는 그래서 자기 환경을 버리고 떠나 최고의 경지에 오른 프로 연예인(기생)이 되었고 자신의 자유의지를 주장함으로써 충만한 삶을 살았다. 그는 이렇게 하여 수백년 전에 여권을 주장한 개척자가 되었다.
이와 갖은 장려한 배경을 지닌 오페라는 우아하고 유연하게 전개됐다. 음악은 매력적이며 연기도 매우 훌륭했고 의상과 안무는 시종일관 우리를 황홀케 했다.
무엇보다도 황진이의 삶을 통한 가혹한 일들에도 불구하고 오페라는 강렬한 적요감을 지니고 있었다.
황진이의 용감하고 또 남을 돌보는 여성으로서의 정신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관통해 여인들을 통해 지금까지도 살아있다고 믿는다. 개인적인 경험으로써 이번 오페라는 가장 흡족한 것이었다.
우리들은 오페라가 보여 주는 동정과 이해의 힘에 지배를 당했으며 이 전설적 여인의 훌륭한 초상은 우리 자신의 존재를 새삼 재어보도록 우리를 고무시켰다. 참으로 값진 교훈이었다. 연민과 상냥함과 사랑이 마음껏 현실화된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우리 부부는 ‘황진이’를 LA에 데려와 한국의 풍요로운 유산을 미국인들에게 나누어준 한국에 대해 감사한다. 그리고 한국 오페라단과 전체 연기 및 제작진과 더불어 이 오페라를 이곳에 유치해 우리들에게 선사해준 한국일보에 대해 감사한다.
박기현 단장과 그의 충실하고 재주 있는 전 대원들은 미국에서 ‘황진이’를 초연함으로써 인간정신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려 주는 능력 있는 모든 요소를 용해해 놓았다. 내게 있어 ‘황진이’의 감정적 충격은 강렬하고 지속적인 것으로 남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황진이의 인생여정과 멜로디 있는 음악을 회상하며 황진이의 이야기를 흡족하니 음미하고 있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이 같은 추억이 내 마음속에 잠기어든다는 일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김유섬이 힘차게 표현한 황진이는 물론이요 이번 오페라는 모든 면에서 최고급이었다. 내가 결코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 준 이장호 감독과 그의 재능 있는 출연진들에게 축하인사를 보낸다.
‘황진이’는 이곳서 제2의 고향을 찾은 한국인 이민자들에게 바치는 기억될만한 찬사였다. 한국인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고유성을 잃지 않고 미국이라는 구조의 한 부분이 되어 그들의 풍요로운 문화적 배경을 우리와 함께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찬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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