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교회 문제진단4
▶ 한인수는 적은데 교회수는 계속 증가
이스트 베이, 산타클라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몇 블록만 걸어다니면 한인교회 한글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한 이스트 베이 지역은 골목 골목 마다 한인 교회 십자가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밀집돼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베이지역에는 한인 교회가 이처럼 급증하고 있다.
한인교회가 많지 않던 시절에는 차를 타고 가다 한인교회의 한글간판을 보면 교인이 아니더라도 가슴이 뭉클해 들어가 보고싶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인들조차도 ‘저 많은 한인교회들이 어떻게 운영될까’하는 걱정부터 한다.
단순히 한인교회가 많다는 것만으로 그것을 ‘문제’라고 할 수 는 없다. 한인 교회가 아무리 많아도 한인 교인인구를 모두 소화하기에 부족하다면 얘기가 안된다.
한인수는 한정돼 있는데 교회수만 많아지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회의 주된 활동중의 하나가 선교이고 보면 교인들 입장에서 "교회가 많은 것이 뭐가 나쁘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많은 교인들의 분석이다.
한인교회는 대부분 등록교인들이 한인들이다. 이민 한인사회의 특성상 한인수는 한정돼 있다. 늘어난다 해도 증가속도는 매우 느리다.
한인수는 한정돼 있는 데 교회수가 너무 많으면 개 교회당 교인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교인수가 적은 교회는 운영이 어려워지고 결국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교회끼리 경쟁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베이지역 적정 한인교회수가 몇 개인가. 이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교회를 불편하지 않게 다닐 수 있는 거리 내에 적정수의 한인들이 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범위 내에는 1개의 교회만 있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 교회가 2개 이상 있다면 그것은 ‘난립’이며 교회나 교인들 모두에게 좋을 것이 없다.
자유경쟁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비즈니스도 같은 지역에 여러 업체가 난립하면 종국에는 함께 망하는 것이 이치다. 그래서 새로 창업을 할 때는 같은 업종의 업체가 주변에 있는가 없는가부터 먼저 살피는 것이 상식이다.
하물며 비즈니스도 그런데 영혼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교회가 그런 것을 무시한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본보 2002년 한인업소록에 등록된 한인교회만도 북가주에는 280개나 된다. 이는 미주지역 전체 한인 교회수 2,924(2001년 기준)개의 10%에 육박하는 숫자다.
지난 89년 한인업소록에 등록된 교회가 184개였다. 그렇다면 지난 12년만에 무려 96개나 늘어난 것이다. 그 중에도 이스트베이지역은 89년 38개이던 것이 올해는 89개로 늘어 12년 동안 증가율이 2.3배 이르고 있다.
현재 한인교회 수는 이스트베이가 89개로 가장 많고 다음은 산타클라라 87개, 샌트란시스코 44개, 새크라멘토 42개, 기타 18개다.
북가주 전체 한인인구를 10만명으로 잡고 이중 20%인 2만5천명을 기독교인이라고 가정하면 교회 하나 당 교인수는 평균 89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상당수 한인교회들이 한인밀집거주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한 교회당 교인수는 더 작아진다.
교계에서는 몇몇 성공한 한인교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회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선교를 통해 불신자들을 교인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현재 베이지역의 교회수는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인인구 증가에 비례해서 교회수도 적정하게 늘어나야 하는데 한인수 증가에 비해 교회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교회의 난립은 정상적인 교회개척보다도 교회 내분에 의한 분열이나 목회자 양산 등에 더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어 더욱 문제다.
서신일목사<버클리한인장로교회>는 "27년전 15여개정도였던 베이지역 교회 숫자가 280여개로 늘어났다"며 "교회의 급증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교인쟁탈 등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교회 난립에는 교회의 분열이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민 한인교회의 분열은 목회자와 제직자간 불화가 불씨가 되어 서로 지지하는 세력끼리 갈라지는 것이다. 이때 교회 내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 교인들은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따로 나가 또 하나의 교회를 세우게 된다.
이 경우 새로운 교회가 기존 교회 인근에 설립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교인간 또는 교회간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스트 베이지역에 위치한 천성교회의 경우 자체교회당까지 마련하고 제직도 새로 세우는 등 성장세를 보이다가 제직과 목회자간 문제가 발생, 세 개로 분열됐다. 이 와중에 당초 200여명에 이르던 교인들도 각각 흩어져 이제는 각각 교인수가 50여명에 불과한 작은 교회들로 나누어졌다
한인교회 난립의 또 다른 원인은 지나치게 많은 목회자의 배출에도 있다. 현재 북가주지역만 보더라도 한인 학생들이 없으면 신학교 운영이 어렵다고 할 정도로 한인 신학생들이 많다.
샌프란시스코 장로회 신학대학원의 경우 지난 5월 졸업생 중 20%가 한인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용성목사<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 한인 학생회장>는 "현재 석사와 박사과정에 100여명의 한인이 재학하고 있다"며 "인종별로 볼 때 백인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숫자"라고 밝혔다.
골든 게이트 침례신학대학원에는 전체 400여명의 학생 중 한인학생은 80여명으로 역시 백인을 제외한 소수계로서는 최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한국에서 과잉배출된 목회자들이 미국으로 온다.
현재 한국내 신학대학원의 정원은 4년제 정규 대학을 갖춘 20여개 주요 교단만 해도 4,000명을 넘는다. 여기에 무인가 신학교까지 더하면 그 수는 6,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신학생의 공급 과잉으로 매년 신학교 졸업생 중 600여명이 갈 곳이 없다는 것.
한국에서 과잉 배출된 목회자들 중 일부는 미주내 한인교회로 진출한다. 이들 목회자들이 미주지역 한인 교회 목회에 나서니 자연히 이민 교회숫자는 더 늘어 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신태환목사<알바니 시온장로교회 담임>는 "적지 않는 목사들이 한국에서 여행이나 공부 혹은 안식을 위해 미국에 와서 되돌아가지 않고 한인교회 목회를 하려고 하니 이민교회가 난립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회난립은 교회의 영세화를 초래한다. 교회가 너무 많아 영세해지면 교회로서의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교회 사정이 어렵다보니 교회 유지에만 급급, 전도나 선교 등 교회 본연의 사명 수행은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곧바로 교인들 나아가 한인사회에 그 영향을 준다.
한상은목사<버클리연합감리교회>는 "불신자를 전도해 교회수가 늘어난다면 늘어날수록 좋지만 기존교회에서 분열되면 영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교회가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교계에서는 교회의 내분에 의한 분열이나 성공주의에 취한 일부 목회자들의 무리한 교회개척은 지양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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