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월드컵도 간신히 출전해 전통에 먹칠
축구계 총체적 부패에 국민들 손가락질
운동장을 춤추듯 누비는 선수들과, 종교처럼 숭앙하는 국민들이 영국에서 나온 기계적인 게임 축구를 마치 삼바처럼 흥겨운 것으로 바꿔놓은 브라질 축구가 요즘 위기다. 대를 이어 전설적인 선수들을 배출, 온 세상 사람들을 매료시키며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를 지배해온 나라가 1주일 후면 월드컵 대회가 시작되는 현재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정부가 프로 축구연맹과 국가 대표팀에 만연해온 부패를 파헤친 결과, 수백만달러의 기금을 횡령해 해외로 빼돌렸고, 나중에 브라질이나 유럽 프로팀에 트레이드시킬 때 몸값을 불리기 위해 에이전트들이 코치 및 기타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주어가며 그저 그런 선수들을 국가대표팀에 넣어 월드컵 예선전에 출전시켰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 부패에 무능이 더해진 결과 이번 월드컵 예선전 이후 2년 동안 헤드 코치를 3명이나 갈아치운 국가 대표팀 선수들은 기합이 빠진 오합지졸이 됐다.
월드컵을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4번이나 차지한 브라질 국가대표팀은 이번 예선전에서 18전 6패라는, 전통에 먹칠하는 기록을 세웠다. 브라질 대표팀은 지난 72년 동안 예선전에서는 단 한번 졌을 뿐이다.
실망한 팬들과 스폰서들의 돈이 빠져나가면서 브라질의 501개 축구팀들은 거의 파산상태라 오는 10월 대선을 앞둔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 대통령은 지난 달 의회에 축구팀도 일반 사업체와 마찬가지로 법의 규제를 받게 해 비리를 척결하자는 ‘축구 비상법안’을 상정시켰다. “축구의 명예와 위신을 되찾으려면 거대한 국가적 노력이 요청됩니다. 브라질 축구는 돈과 탐욕에 눈이 멀어왔습니다”고 전설적인 브라질 축구 영웅 지코는 말했다.
브라질 축구의 몰락은 1998년, 지난번 월드컵 결승전에서 국가 대표팀이 주최국 프랑스에 3대0으로 지면서 시작됐다. 이어 2000년 올림픽 준결승전에도 진출하지 못했고 이번 월드컵에도 남미조에서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에 이어 3등으로 겨우 출전했다.
주요 선수들이 부상한 탓도 있지만 정부 조사관들은 2000년 9월부터 시작된 의회 청문회에서 폭로됐듯이 부패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02년도 월드컵 예선전을 치를 때 국가대표팀을 감독한 반데르레이 루헴부르고 다 실바가 그저 그런 선수들을 기용하는 대가로 스포츠 에이전트들에게 받은 돈을 세금도피 목적 서너개를 포함, 30개의 은행 구좌에 넣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기타 주요 프로팀 대표와 코치들 역시 밀린 세금이 30억달러가 넘는 처지에 해외에 은행 구좌들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십만달러를 써가며 호화 유럽여행을 즐겨온 것이 드러났다. 그들이 브라질 축구 선수들을 해외로 이적시키면서 빼돌려 횡령한 돈도 수백만달러로 알려져 있다.
일이 이쯤 되고 보니 축구라면 사족을 못쓰는 국민들이 생전 처음, 브라질 팀이 이번 월드컵에서는 초반에 탈락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으며 축구장 관객 숫자 또한 격감, 상품 판매와 방송 수입까지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브라질 축구의 지성소로 여겨져 온, 18만석 규모의 마라카나 스테이디엄에서 열린 최근 경기 관객은 고작 6,000명이었고 많은 팬들은 팀의 깃발을 거꾸로 두르고 임원들의 부패, 선수들의 성의 없는 경기에 항의하고 있다.
‘나이키’사도 1998년, 브라질 국가대표팀에 스포츠 사상 최고액인 1억6,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계약을 25% 삭감했고 올해 월드컵 경기 독점 방송권을 갖고 있는 거대 미디어회사 오 글로도 40% 지분을 팔려고 하고 있다.
스포츠 칼럼니스트들과 과거의 명선수들은 탐욕 때문에 브라질 축구가 변질됐다고 개탄한다. 외국 수출을 목표로 선수들을 기르다보니 브라질 축구의 핵심 요소인, 발이 아니라 가슴으로 뛰는, ‘브라질 사람다운’ 기상이 요즘 선수들에게는 결여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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