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 삼 년만에 눈도 비처럼 억수같이 퍼붓는 걸 알게된 그날 남편의 온갖 구박을 받아가며 장장 일곱 시간만에 드디어 레익 타호에 갔다. 가기 싫다는 남편에게 아름답다는 호수를 보고 싶어 죽겠다고 했지만 실은 두 시간만 눈 딱 감고 콘도분양세미나를 들으면 공짜로 포크와 나이프 세트 40개를 받을 젯밥에 관심은 쏠려있었다. 말 잘 안 듣는 차와 돌아갈 길이 까마득한 남편이 버럭버럭 화를 낸다고 거기서 물러설 수는 없는 일. 징징거리는 아이들 달래가며 따가운 남편 눈총 받아가며 대망의 선물세트는 거머쥐었으나 오는 길엔 눈 곱빼기 되어있던 얘기, 빵구난 타이어얘기, 아이들 감기얘기 등은 여기선 생략하기로 하고. 다만 향후 삼 년간 어느 모임에든 누가 레익 타호 얘기를 하면 난 빨리 화제가 바꾸어지길 간절히 기도했고 오는 차안은 독 안이 되고 난 그 안에 든 쥐가 되었다. 그 사건 공소시효도 끝나갈 무렵 무작위 선정으로 배가 당첨되었다고 대대적인 축하편지와 함께 배 운송료 95불만 보내라는 편지를 받았다. 배에 대하여는 탄다는 것과 물에 뜬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지만 그것이상 알 필요가 있을까 싶고 통통배인지 화물선인지 묻는 것조차 건방지고 예의가 아닌 듯 싶어 마음 같아서는 속달로 보내고 싶은 수표를 얌전히 길거리 우체통에 넣었다. 텍사스에서 떠난 배는 길이 막혔는지 물이 없어 못 뜨는지 석 달이 가도 소식이 없고 기다리라는 기계메시지에 사람 목소리한번 못 들어보고 통화료가 운송료의 배가 넘고서야 제정신이 들었다. 그후 고양이 앞 쥐 신세로 꽤 오래 지냈어도 아직 공짜라면 일단은 기웃거리고 본다. 요즘도 부엌에서 가끔 마주치는 몇 개 안 남은 젯밥포크을 보며 내가 받은 공짜에 대해 생각해본다. 구태여 찾아가지 않아도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매일매일 공짜로 배달되는 24시간, 1440분, 86400초에 대하여. 미국에 와보니 시간은 정말 돈이라 공짜로 돈을 받는 꼴이고 더구나 비싼 달러로 쳐서 받는 셈이니 공짜도 돈도 좋아하는 나는 공짜배달 오늘에 감지덕지해야 하는데... 뭬야? 오늘 죙-일 불평 불만이라고? 공짜시간조차 접수하지 못할 그날은 오고있고 그날이 오면 찍어내어 진다는 사실, 명심 또 명심하라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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