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한 군상들이 토해낸 삶의 환상, 그리고 욕망
▶ ★★★★
시간과 고독에 관한 코믹하면서도 다소 황당무계한 멜로 드라마이자 분열된 가족의 재결합 시도를 거의 환상적 수법으로 다룬 아름다운 작품이다. 젊은 허무주의자의 눈을 통해 현대 도시인들의 집념과 억눌린 욕망 그리고 소외감과 상호소통 불능을 탐구하는 대만 감독 차이 밍-리앙의 작품. 그의 이전 영화들인 ‘애정만세’ ‘하류’ 및 ‘구멍’보다 훨씬 감정적으로 접근하기가 쉽다.
대북 육교 위에서 시계를 파는 청년 시아오 강(차이 감독의 단골배우 리 강-생)은 최근 사망한 아버지(미아오 티엔-그는 처음에 담배를 태우며 불쑥 나왔다 곧 사라진다)의 환생을 기다리는 어머니(머리에 꽃을 꽂은 루 이-칭이 고독에 못 이겨 남편의 대나무 베개로 자위하는 모습이 가슴을 친다)와 단 둘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시아오의 목판 앞에 시앙-치이(첸 시앙-치이)가 나타나 내일 파리로 간다며 시간이 없으니 시아오가 차고 있는 2중 시간용 시계를 달라고 조른다. 시아오에게서 빼앗다시피 해 시계를 받은 시앙-치이는 남자에게 감사의 표시로 케익을 선물하고 파리로 떠나버린다.
그 뒤로 시아오는 이 여인과 파리에 집착, 자기 집 시계는 물론이요 가게와 극장 그리고 건물 꼭대기에 매단 시계 등 눈에 보이는 모든 시계의 시간을 파리 시간으로 바꿔 놓고 그 시간으로 산다. 그리고 프랑솨 트뤼포의 1959년 데뷔작 ‘400번의 구타’ 비디오를 빌려다 보면서 자기 시계를 찬 여인을 그리워한다.
한편 파리의 시앙-치이는 대북의 시아오와 묘하게 연결되는 듯한 여러 가지 일들에 봉착하게 되는데 이 슬픈 표정을 한 여자가 왜 파리에 왔는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재미있는 장면은 파리의 공동묘지 벤치에 우연히 함께 앉은 장-피에르 레오(’400번의 구타’의 어린 앙트완 역)가 시앙-치이에게 자기 전화번호를 건네주는 모습.
영화는 충격적이다시피 놀랍고 시적인 장면으로 끝나는데 여기 나타나는 사람에 의해 작품속 모든 인물들이 궁극적으로 연결된다. 대사는 적고 음악은 없는 대신 여백과 정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카메라가 사물과 인물을 관조하면서 대신 이야기하고 선율을 엮는다. 성인용. Wellspring. 25일까지 뉴아트(310-478-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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