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둔최모(38)씨는 요즘 말수를 많이 줄였다. 얼마 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유치원생인 딸은 아침 출근때마다 늘 해오던 아빠와의 입맞춤을 피하는 것 같아 이유를 묻자 “아빠 입에서 냄새가 나 뽀뽀하기 싫다”고 말했다. 병원에 가보니 잇몸병이 원인이었다.
사실 입 냄새(구취ㆍHalitosis)는수 천 년 전부터 인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유대인의 교육서인 ‘탈무드’에는 냄새가 심한 아내와는 이혼해도 좋다는 랍비의 판결이 실려 있고 기원전 5세기경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저서에도 입 냄새가 언급돼 있다.
입 냄새는왜 생길까
갑자기 입 냄새가 나면 속병을 의심하곤 하지만 최씨처럼 구강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90% 정도다. 나머지는 코곁굴염(축농증) 코염(비염) 등 코질환이나 간 콩팥 위장 허파 등의 병 때문에 생긴다. 구강질환일 때엔 공기를 싫어하는 ‘혐기성 세균’이 주범. 이 세균은 혀 안 깊숙한 곳이나 뺨에 많으며 충치나 잇몸질환이 심해지면 입안의 단백질을 분해해 휘발성 황화합물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악취가 생기는데 특히 잇몸병이 악화할 때 고약한 냄새가 난다.
어린이의 경우 충치가 없는데도 입 냄새가 난다면 ‘어린이 잇몸병’일 가능성이 크다. 비스킷 크래커등 과자를 많이 먹는 어린이에게도 잘 생긴다.
이럴 때 내과질환 의심 매우 드문 일이지만 입 냄새가 심한 경우 전신질환을 나타내는 징후가 될 수 있으므로 만약 자각증세를 느끼면 혼자 고민만 하지 말고 먼저 치과의사를 만나서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즉 당뇨병이나 신부전증, 간 질환 등 내과질환이나 만성 축농증, 인후질환 등 이비인후과 질환에 의해서 도구취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입에서만 냄새가 나는 구강질환과는 달리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내쉴 때 특히 냄새가 많이 나는 특징이있다.
입 냄새 역시 조금씩 다른데 보통 급성 간경변 환자에게서는 달걀이나 버섯이 썩는 냄새 같은 구린내가 나고 당뇨 환자들은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냄새가, 신부전증 환자는 소변냄새 같은 지린내가 풍긴다.
구강질환이나 속병이 있는 사람은 원인질환을 고쳐야 한다.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해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잇몸병이 심할 경우 잇몸의 고름을 빼내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병이 없어도 공복이나 기상 시, 월경, 흡연, 폐를 통해 배출되는 약물 섭취 때에도 생리적으로입 냄새가 날 수 있다.
을지대학병원 배진호 치과 교수는 “건강한 사람도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지 대부분 입 냄새를 갖고 있다”며 “입 냄새를 갖고 있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사실을 알려줘 치료를 받게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입 냄새 예방9가지 1. 음식을 잘 씹어 먹는다
2. 음식 먹은 후 반드시 이를 닦는다(하루 3번, 식후 30분 이내, 3분 이상)
3. 하루 한번 이상은 혓바닥도 닦는다
4. 물을 자주 마신다
5. 식후엔 입냄새 방지 후식(녹차 수박 레몬 매실 등)을 먹는다
6. 이야기를 한다(혀운동이돼 타액 분비가 많아져 자정작용을 한다)
7.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몸을 편하게 한다
8. 담배를 피지 않는다
9. 껌이나 구강청정제를 이용한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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