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김병석(정신과 전문의, 정신분석학자)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한 항의가 몇년째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 와서는 일본의 우익단체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까지 결성해서 역사교과서를 다시 만들게 되어 한국을 비롯해서 중국 필리핀 등의 나라에서 재수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신임 총리는 극우파적인 인물이어서 이를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
돌이켜 보면 일본에게 36년간 가혹하게 식민지로 통치받은 것만 해도 억울한데 그들의 그 잔학한 짓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거나 축소해서 기술하거나 아니면 아예 묵살해 버리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짓이다. 2차대전에 일본이 패전하지 않았더라면 ‘조선’이라는 나라와 민족과 문화가 이 세상에서 영원히 말살될 뻔 하였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면에서 기사를 많이 써서 발표한 바 있다. 나는 심리적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이것을 살펴볼까 한다.
왜 지금 이 시기에 이런 일이 크게 벌어졌느냐 하는 문제다. 그 이유는 패전국가인 일본이 눈부시게 부흥을 해서 세계 열강에 끼게 되었다가 과거 10년 동안 경제침체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중국에 아시아의 경제적 패권을 거의 빼앗기게 된 데에 있다. 이 때문에 심리적으로 열등의식을 느끼게 되고 민족적인 자부심과 주체성이 위협받게 되고 여기에서 오는 불안감을 해소해 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자기들의 역사를 미화하려고 하한데 있다.
물론 어떤 분이 이미 언급한 것처럼 2차대전 때 전쟁의 참혹성을 경험했던 세대의 손자들이 이제 중년이 되고 있기 때문에 실감하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요소라는 말로 수긍이 가지만 이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으면 이런 행동을 할 수가 없다. 때문에 국수주의적인 우파들의 영향이 판을 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민족적인, 국가적인 우월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그 동기가 있는 것이다.
자기 나라 자기 민족이 우월하고 훌륭하다는 움직임에 반대할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이리하면 힘도 나서 열등의식도 줄어들고 약자가 강자처럼 느끼게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역사 왜곡이란 국가적인 차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분명히 알기로는 현재 뉴욕에 있는 한 문화단체도 그 단체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즉, 그 창립회장이 멀리 떠나버린 뒤 회장을 한 어떤 사람이 자기가 창립회장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나도 이 단체 형성에 발족회원이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 나도 한국에 가서 학술단체를 하나 세우고 2년동안 창립회장을 했는데 몇년 뒤에 한국에서 나온 뉴스레터에 보니까 내 뒤에 회장 자리를 물려받은 사람이 자기가 초대회장이라고 자칭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척 분개하여 그 사람들에게 이 단체의 역사를 왜곡한 것을 시정하라고 항의한 적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사람들은 열등의식에 시달려 이를 보상하려 하던가 아니면 노이로제적으로 너무나 진취적이어서 자기 잘난 것을 내세우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면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될까? 개인인 경우는 이런 사람의 병이 그 사람의 인생 전반에서 증세가 보일 것이므로 정신분석 치료를 받아서 열등감과 불안감을 해소해서 고쳐야 한다. 국가인 경우는 그 민족과 나라가 잘 되어서 열등의식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그 다음으로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들 자신의 역사를 잘 알고 우리들 자신이 강하고 잘 되어서 민족적인 자부와 우월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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