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종합병원-.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황영조(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우승자) 이후 한국마라톤을 혼자 이끌다시피 한 이봉주의 몇 안되는 별명중에 이런 게 있다. 몸에 성한 곳이 드물어 붙여진 경탄섞인 애칭이다.
우선 발부터 심한 짝발이어서 운동화를 한 켤레씩 따로 특별제작해 신어야 한다. 양쪽 눈은 너무 작아 땀이 조금만 들어가면 시야를 가릴 정도여서 수술을 받았지만 그나마 잘못돼 풀리는 바람에 항상 졸리는 듯한 표정이다. 20대부터 이마가 훤히 드러나고 머리숱이 드물어 10년 이상 늙어보이는 것도 그에겐 적잖은 심적 고통을 안겨주었다.
겉으로 나타난 신체조건상 ‘선수 마라톤’은커녕 ‘취미 마라톤’도 소화하지 못할 것같은 그가 어떻게 세계최고 마라토너로 성장했을까.
70년 충남 천안에서 농사를 짓는 이해구(지난 2월 작고)씨와 공옥희씨(66)의 2남2녀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천안 광천고교 1학년때 육상 장거리에 입문했다. 91년 한국 마라톤의 대부 정봉수 감독의 끈질긴 권유로 `코오롱 사단’에 입단한 이봉주는 이듬해 1월 도쿄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서 한국최고기록을 수립하며 우승,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92년 자신의 첫 풀코스인 올림픽대표선발전에 출전했지만 레이스 도중 넘어져 올림픽행이 좌절됐고 92년 대구전국체전에서도 2시간20분대로 9위에 처지는 시련이 거듭됐다.
그러나 이에 낙담하지 않은 이봉주는 93년 10월 광주전국체전에서 2시간10분27의 호기록으로 정상에 올랐고 그해 12월 호놀룰루마라톤에서 우승, 한국 마라톤의 차세대 주자로 우뚝 섰다.
’잘 뛰게 된 것은 타고난 게 아니라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자신의 말대로 이봉주는 세계 정상의 마라토너를 향해 자신을 더욱 몰아 붙였고 94년 보스턴마라톤에서 마침내 10분벽을 돌파(2시간9분59초)했다.
국내외 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오며 가능성을 보이던 이봉주는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한국마라톤의 간판스타로 자리잡았다.
98년 로테르담마라톤에서 2시간7분44초의 한국최고기록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이봉주는 하지만 99년 런던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2분대의 저조한 기록으로 12위에 머문 뒤 소속팀인 코오롱과의 갈등으로 한동안 방황하며 선수생활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방황을 끝낸 이봉주는 지난해 삼성전자에 입단, 같은해 2월 도쿄마라톤에서 한국최고기록(2시간7분20초)을 다시 한번 갈아치우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기대를 모았던 시드니올림픽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지는 불운으로 24위(2시간17분57초)에 머무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이도 `오뚝이’ 이봉주의 앞길을 막지는 못했다.
어느덧 30줄에 들어선 이봉주는 시드니올림픽 이후 2개월만에 후쿠오카마라톤에서 준우승(2시간9분4초)하며 다시 일어서는 불굴의 투지를 보였다.
반세기만의 보스턴마라톤 우승을 준비하던 이봉주에게 이번에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아버지의 부음이 전해졌지만 곧바로 마음을 추스르고 아버지의 영전에 금메달을 바친다는 각오로 더욱 훈련에 몰두, 결국 조국에 반세기만의 영광까지 바쳤다.
이제 이봉주가 바라보는 곳은 8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에 맞춰져 있다. 수많은 좌절과 역경을 헤쳐온 `봉달이’ 이봉주가 한국에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을 안겨주며 세계 정상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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