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수는 상승곡선, 등수는 하향곡선… 이는 김미현의 한계일까.
’땅콩’ 김미현은 거의 매번 출발이 총알 같아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대회마다 우승희망에 부풀게 된다. 그러나 벌써 몇 번 속았는가. 5피트가 약간 넘는 키에 LPGA의 정상을 3차례 밟아 한국서는 박세리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번번이 끝에가서 시드는 ‘뒷심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이 것이 바로 박세리와의 차이점이다.
김미현은 지난해 무려 10차례 70타미만의 신나는 출발로 한국 스포츠신문들의 헤드라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컵누들스 하와이언 오픈에서 2위로 출발해 25위 머물고, 웰치스-서클K 챔피언십에서도 2위로 시작해 19위에 그치는 등 실망만 안겨주기 일쑤였다. 5월에는 퍼스타 클래식에서 신들린 9언더파 63타를 몰아쳐 단독선두에 나선 뒤 5위에 그쳤고, 바로 그 다음 대회인 코닝 클래식에서는 1∼2 라운드 연속 선두를 달리다 3라운드서부터 걷잡을수 없이 무너졌다. 마지막 이틀간 11오버파의 난조를 보이며 장장 61위까지 하염없이 미끄러졌다.
김미현은 시즌종반에 들어 ‘탑10’ 행진을 이어가던 도중 9월말 세이프웨이 챔피언십에서 후배 장정을 누르고 1승을 따내 체면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모두 13차례 ‘탑10’에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고작 1승’이란 표현이 따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같은 현상은 올시즌 첫 2개 대회서도 계속되고 있다. 김미현은 시즌개막전인 유어라이프 바이타민스 대회서 2라운드에 5언더파 67타를 치며 솟아올라 박세리와 함께 공동 3위로 최종라운드에 들어갔다. 그러나 박세리가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며 통산 9승째를 거머 쥔 반면 김미현은 10위까지 쳐졌다.
박세리 우승에 자극을 받은 듯 김미현은 그 다음 대회인 네이플스 메모리얼에서 8언더파 64타의 ‘로켓 스타트’를 발사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2위, 3라운드에서는 5위로 밀려난 뒤 마지막 날 19위로 낙착, 다시한번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기록을 살펴보면 김미현은 대회가 진행될수록 못 친다. 1라운드 평균이 거의 2언더파로 가장 좋고 보통 이틀째 주춤(평균 71.6타)한 뒤 3일째 약간 분발(평균 71.4타)을 보이다 정작 승부가 걸린 마지막 날에는 이븐파도 치기 힘들다는 통계가 나온다.
김미현은 또 상금 100만달러가 넘는 4라운드 대회를 이겨본 적이 없다. 통산 3승 모두가 대기선수들이 잔뜩 출전권을 얻는 시즌후반의 상금 72만5,000∼90만달러짜리 3라운드 대회였다.
올시즌의 3번째 대회인 오피스디포에 출격하는 김미현은 ‘교본스윙’이 아니라 늘쑥날쑥한 플레이가 어쩔수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 다음 단계인 수퍼스타의 대열에 끼기 위해서는 앞으로 입증해야 할 것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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