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을 통치하고 있던 1939년, 익구(23세)는 농촌에 있는 자그마한 사립학교 선생님이었다. 이 마을은 가장 가까운 읍에서 4마일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익구는 최근, 읍에 있는 일류 학교의 좋은 자리를 그만두었다. 사람들은 그가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궁금해 했으나 익구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그에게는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그 당시 일본 관리들은 한국의 모든 마을에 신사(신도 사당)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공무원과 교사 등, 한국인들에게 그곳에 참배하게 했다.
익규가 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매달 1일과 15일, 한달에 두 번씩 학생들이 인근 신사에 가도록 요구했다. 학생들은 교장과 주임교사가 인솔해갔다.
어느날 학교는 규칙을 바꾸어 월 2회의 신사 참배에 담임선생도 동행할 것을 요구했다.
익규는 이를 피할 방법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즉각 마을 학교를 찾아가서 책임자들을 만나 그곳에서 가르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들은 대환영이었고 그에게 가능한 한 빨리 와달라고 청했다. 익규는 신사참배 순서가 돌아오기 전에 근무 학교를 바꿀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 여겼다.
익규는 자신이 좋은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으나 신사에 절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해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마을까지 냑崙資?없었으므로 편도 4마일거리의 학교를 걸어왔다 걸어가는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했다. 여름에 비가 와서 강물이 불었을 때는 바지를 걷어올리고 진흙 묻은 신발과 양말을 손에 들고 나룻배를 탔다.
그러나 그는 신사에 가지 않아도 됐으며 마을학교의 남녀 학생들이 그에게 잘했음으로 행복했다. 그는 학생들을 보면 다리 아픈 것을 잊곤 했다.
아침이면 학생들이 항상 학교에 일찍 왔다. 그들은 학교뒤에 있는 ‘관해대’(바다가 보이는 언덕)라고 써있는 돌언덕에 올라가 익규가 당도하기를 기다렸다.
관해대에서 학생들은 넓게 펼쳐진 긴 평야와 1마일여 뒤에 있는 두 강까지 볼 수 있었다.
평야에 익규가 나타나는 것을 처음 발견한 학생이 “선생님 오신다” 외치고 익규에게 쏜살같이 달려가면 다른 학생들이 그 뒤를 따랐다.
마을 학교에서 12개월 정도 근무했을 때 그는 직장을 다시 바꾸어야 했다. 어느날 오후 큰 상자가 학교에 당도했다. 교장이 이를 열어보았을 때 그 안에는 임시 신사가 들어있었다. 익규는 즉각 사직서를 내고 학교를 떠났다.
며칠 후 학생 3명이 봉투를 들고 집으로 그를 찾아왔다. 그들은 슬픈 표정이었다.
초등학생들이 주로 사용했던 네모상자와 함께, 공책종이에 연필로 쓴 한글편지를 가져왔는데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셔서 섭섭합니다.” 라고 쓰여 있었다. “선생님이 더 이상 안계시게 돼서 매우 슬픕니다.”
편지와 함께 가져온 작은 상자 역시 같은 공책종이로 싸여 있었다. 상자를 묶기 위해 어떤 학생이 저고리 고름에서 자른 천을 사용했다. 익규가 리본을 풀었을 때 그 안에는 동전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상자에 붙어있는 종이에는 누가 얼마를 냈는지 그 이름과 금액이 적혀있었다. - 5전, 10전, 심지어는 25전도 있었다.
그는 압도됐다.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눈물이 흘러내려 온돌방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그 편지를 평생도록 간직하길 원했다. 그러나 선택한 운명에 충실하느라 끊임없이 옮겨다니면서 익규는 편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편지는 없어졌으나 그 편지와 마을의 남녀학생에 대한 기억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도 그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고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그의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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