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은 모양을 비추는 거울이지만 술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그래서 취중진담이라는 말도 있나보다. 사람 좋아하고 정이 많아 공사를 불문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술자리를 만든다. 그 모임의 목적이나 친분 관계에 따라 형태는 다르지만 격의 없는 자리는 스트레스를 푸는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특히 연말이 가까워지면 학연 지연 등이 얽히며 여러 모임에 참석하게 되고, 술자리로 연결되는 것이 정석이다. 기뻐서 한잔, 반가워서 한잔, 이룬 것 없이 보내는 일년이 아쉬워서 한잔, 그날의 분위기가 술 속에 용해되어 잔이 오고가다 보면 때론 자신의 주량을 넘길 때가 있다.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술이 술을 마시고 결국 술이 사람을 마시게 되는 단계. 스스로의 행동을 제어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마음속에 눌렸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술의 힘을 핑계삼아 울컥울컥 올라와 주위로 쏟아진다. 술 주정을 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울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말이 많아지는 등 개성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려면 술을 먹여보라고 했다.
주정은 우리네 정서에서만 통하는 것 같다. 실수나 실언을 해도 술이라는 방어막 때문에 애 다루듯 어르고 달래준다. 자신의 배우자가 분위기를 망치는 장본인일 때 애태우며 안달하는 것과 달리 오히려 주위 사람들은 너그럽게 받아넘긴다. 심한 경우 남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쳐 간혹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다음날 실수한 사람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미안하다는 몸짓을 하면, 받는 쪽이 씨익 웃어주는 것으로 서로간에 어색했던 감정들이 지워지는 마력이 있다. 한차례 난리를 겪고 나면 더 친해지기도 해 논리적으로 풀어지지 않는 수수께끼지만 여유와 관용이 깃든 인간미 넘치는 모습들이다.
그러기에 주정은 상대방에게 수용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부리는 유아적 응석이라는 표현도 있다. 응석이라는 것이 비합리적인 모든 것까지 포용해 주리라는 믿음을 바탕에 깔고 기대려는 사랑의 한 표현방식이지 않은가. 술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씩 저질러본 일이기에 그것을 탓하거나 흉거리 삼으면 막힌 사람이라는 책망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술주정이 습관적이거나, 주위에 혐오감을 주는 정도라면 문제이다.
때론 아리송한 경우가 있는데 본국 정치권에서는 가끔 취중 실언인지, 술은 핑계고 고의적인 흘림인지 문제의 실마리가 새어나와 세상을 뒤흔들기도 한다. 책임회피를 위한 방편으로도 이용되나 보다. 가끔 나도 남편에게 술을 핑계로 얼렁뚱땅 마음속의 앙금을 풀고 싶을 때도 있다.
술에도 예법이 있다고 한다. 최소 한도의 지켜야 선은 넘지 말아야 사회생활을 하는데 불편과 껄끄러움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고, 자존심 또한 지켜 나갈 수 있다. 그 선이라는 것이 사실 애매모호하고, 술주정이라는게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처럼 중간에 멈춰지지 않아 어렵기는 하다. 과음이나 폭음은 피하며, 옆 사람에게 강권하지 말고, 음주 운전은 금해야 될 것 이다.
피할 수 없는 자리라면 적당히 즐겨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세가 바로 주도일 것이다. 술에 젖어 흥청거림으로 음주 운전의 집중 타겟이 되는 우리 타운의 연말연시 밤이 걱정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