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나를 따르라. 죽으려고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오직 전진만이 살 길이다.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싸워라. 저 고지를 탈환하기까지"

광개토대왕이라면 과거 드넓은 중국 땅을 차지하기 위해 이렇게 외쳤을까. 그러나 전쟁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단지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왔을 뿐이다. 바로 도메인 등록 전쟁이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사이버 공간의 무분별한 영토다툼을 막기 위한 조정기구도 있다. 바로 ‘국제 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다.

지난 달까지 등록된 도메인 분쟁은 모두 3,437건이다. 이중 판결이 난 것은 1,900여건. 나머지는 현재 조정이 진행 중이다.

도메인 분쟁은 저작권 중 상표권 분쟁에 속한다. 따라서 세계 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해결을 맡고 있다.

ICANN에서 내린 분쟁의 결과는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단지 권고사항일 뿐이다. 그러나 이 결과로 피해자가 만족할 만한 해결을 보지 못했다면 미국의 경우 지방법원에 제소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ICANN이 소개하는 도메인 분쟁에 대해 알아 보자.

◇잘못된 입력

알타빅스타닷컴, 암타비스타닷컴, 야휴닷컴, 야후프닷컴.
입력을 잘못한 오타의 행진이 아니다. 키보드로 자판을 빨리 입력하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실수를 노리고 등록한 ‘얌체 도메인’들이다. 대부분은 도메인 변경을 요청받았다. 이들이 도메인을 바꿀지는 미지수.

◇관련 도메인 싹쓸이

스웨덴의 기업 텔리아와 관련된 도메인을 미국의 한 회사에서 무려 244개나 등록했다. 또 프랑스의 패션브랜드인 루이비똥도 20여개의 관련 도메인이 등록돼 분쟁을 일으켰다. 한국인이 등록한 월드컵 관련 도메인 분쟁도 이에 속한다. 미 유명 여성 속옷 브랜드인 빅토리아즈시크릿닷컴도 이와 유사한 분쟁이다.
이러한 도메인을 등록할 때는 닷컴(.com)은 물론 닷넷(.net), 닷오르그(.org)도 함께 싹쓸이해서 등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쟁을 위한 조정 결과는 각각의 도메인을 분산하거나 다른 이름으로 변경하라는 결정으로 끝난다.

◇약어대신 가능하면 길게

’그리고비슷하거나좋은이웃이사는농장이저기닷컴’ (andlikeagoodneighborstatefarmisthere.com). ICANN에 등록된 분쟁 내용중 가장 긴 도메인이다. 너무 길고, 사실상 쓸 데없어 보이는 도메인을 등록하는 바람에 분쟁이 됐다.
98년부터 시작된 도메인 분쟁사례 초기에는 도메인 선점과 관련된 분쟁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내용의 분쟁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하기 어렵고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곤란하니 변경하라는 것이 판결이다.
이밖에 ‘나는 이것이버터가아니라는것을믿을수없어닷컴’(icantbelieveitsnotbutter.com), 휴렛팩커드사의 레이저프린터닷컴(hewlettpackardslaserprinter.com) 등도 있다.

◇유명인의 이름 등록

제임스딘닷넷, 마돈나닷컴, 줄리아로버츠닷컴.
유명배우들의 이름을 먼저 선점해 등록해 버리는 경우다. 이러한 경우의 결과는 대부분 본인에게 도메인을 넘겨주라는 것이다.
마돈나닷컴의 경우 선점한 사람이 포르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ICANN의 분쟁결과에 승복했다. 그러나 마돈나에게 돌려준 것이 아니라 한 병원에 기증했다. 절대로 마돈나 본인에게는 넘기지 말라는 부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