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최고의 남북 화해 무드 속에 5일 저녁 링컨센터 애버리 피셔홀에서 남북·북남 통일 대음악회가 열렸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아도 모국 소식이라면 귀가 번쩍 뜨이는 한인동포들은 그 넓은 홀을 빼곡 채울 만큼 깊은 관심 속에 몰려들어 북한 음악을 듣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각자 느낀 마음은 다르겠지만 이날 내게는 연주 후 객석이 함께 부른 “아리랑”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이 아리랑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노래이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다.
이날 모차르트나 베토벤이나 베르디보다 더 가슴에 닿은 것은 우리 민족의 애환과 비극을 간직한 노래라서 사고 이전에 본능으로 다가오는 노래이기 때문이었다. 본능은 때로 막무가내이다.
‘지리산 유격대들이 사상의 무장만으로, 확고한 이념만 갖고 한 길로 빠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열정으로 가득 찬 혁명가, 센치한 노래가 있기에 가능했다’는 말도 있다.
‘가슴의 노래’ 아리랑은 유래도 구구하고 강원도 아리랑, 정선아리랑, 원산 아리랑, 밀양 아리랑, 진도 아리랑 등 지방마다 전설, 가사와 곡이 다른 것이 50여종 3천 여수나 된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졌고, 지금 우리가 부르는 아리랑은 일제하에 영화감독 나운규가 영화 <아리랑>을 만들면서 사용한 것이다.
특히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는 가사는 이 때 새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1924년 조선인 최초로 영화제작사 조선 키네마를 설립한 나운규의 <아리랑>은 지식인 영진을 주인공으로 미쳐버릴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일제 하 조선의 현실을 다뤄 수많은 대중들을 울렸었다.
또한 미국 여류작가 님 웨일즈의 <아리랑>은 조선인 혁명가 김산 (본명 장지락)의 생애를 다루며 고통받는 민족의 뜨거운 가슴에서 흘러나온 노래 아리랑을 말했다. 만주, 시베리아 벌판의 독립운동가들이 조국을 떠올리며 부른 노래 <아리랑>은 당시 미국에 사는 동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해방전 유학생 모임이나 단체 모임에서 즐겨 부르던 서민의 노래로 지금도 미국을 비롯, 호주, 남미, 중국 등 전 세계에 퍼진 동포들이 고향과 가족이 그리우면 이 노래를 부르며 시름을 달래고 있다.
원래 조선 왕조의 부정에 대항한 젊은 반역자 중 한 사람이 사형장인 아리랑 고개를 올라가며 지어 불렀다는 이 노래는 3백년이상 한국인에게 애창되고 있다.
남과 북이 3·8선으로 나눠지기 전부터 함께 불렀던 이 노래가 한민족의 가슴을 관통하는 것은 우리 5천년 역사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가 남·북한 민족 모두가 같기 때문이다.
통일을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너무 어렵다고도 생각하지 말자.
가난하고 힘없는 소시민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불러온 노래, 작고 평범하며 단순하고 간단한 것이지만 이런 것이 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부르기 쉽고 듣기에 부담 없고 기억에 남는 노래가 아름다운 것이다.
노래 한 곡이 한 사람의 인생 방향을 바꾸지는 않지만 평생을 따라 갈 수는 있다. 청춘을 감미롭게 하고 노년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다.
남과 북에는 이 노래 뿐 아니라 우리 말, 우리 얼굴, 우리 역사, 우리 소설, 가요 등 낯익은 것들이 많다.
공통의 정서가 있는, 좀더 많은 것을 찾아내자. 다른 것만 찾아내지 말고, 틀린 점만 보지 말고 원래 있었지만 잊어버렸던, 새로 눈에 뜨인 그것을 발견하고 신기해하자.
통일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가까이 가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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