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당일 철도운행안전협의서 입수…안전불감증 속 보고 체계 미작동
▶ 국토부, 시공사·서울시 등 철도안전법 조사…수시검사 가능성도

29일(이하 한국시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현장에서 긴급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총 예상 철거 시간은 사전 안전 보양과 철거 15시간, 마무리 14시간을 포함해 총 29시간으로, 서울시의 예상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오는 30일 오전 5시까지 작업이 완료된다. 2026.5.29 [연합뉴스]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작업 현장의 안전불감증으로 철도 안전관리에 공백이 생긴 정황이 포착됐다.
시공사 ㈜흥화와 발주처 서울시의 안전의식이 도마 위에 오르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위법 여부 조사뿐 아니라 안전 시스템 점검에도 나설 전망이다.
31일(이하 한국시간)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철도운행안전협의서'에 따르면 흥화는 사고 당일인 지난 26일 오전 8시 18분께 서울역을 찾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협의를 진행했다.
같은 날 새벽 2시 30분께 서소문 고가 철거 현장에서 2.9㎝ 침하(단차)가 발생해 공사를 중단한 지 약 6시간 만으로, 고가차도에 대한 진단 작업을 승인받기 위해서였다.
철도운행안전협의란 선로와 인접한 작업에 대해 시공사 측이 시간·장소, 내용, 사유 등을 보고하면 코레일이 이를 확인해 승인하는 절차다.
그런데 사고 당일 협의서에 따르면 흥화는 안전진단 작업을 '위험지역 외 작업(일상작업)'으로 분류해 코레일에 보고했다. 작업 사유에도 단차 발생 사실은 적지 않은 채 '슬래브 전도방지 설치'라고만 기재했다.
고가차도의 붕괴 가능성을 감안하면 일상적 유지보수를 뜻하는 '일상작업'이 아니라 '차단작업'으로 보고했어야 한다는 것이 철도당국의 판단이다. 차단작업은 열차가 운행하지 않도록 선로를 통제한 상태로 실시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일상작업으로 보고되면서 협의서의 '작업 전 확인 사항'란에서 사용중지 대상 확인, 지장열차 확인, 인접역장 통보 등 안전조치는 모두 '필요 없음'(- 표시)으로 처리됐다.
사용중지는 열차 운행을 일시 차단하거나 신호 보안장치를 멈추는 것을 말하며 지장열차 확인은 운행 중인 열차에 영향을 주는지 점검하는 조치다.
사고 당일 오전부터 사고 직전까지 승객을 태운 열차 59대가 고가 아래 철로를 지났던 점을 고려하면 꼭 필요했던 조치들이다.
협의서 비고란에는 "이례사항 시 통보 철저", "작업 안전수칙 교육"이 손 글씨로 적혀있는데, 이는 서울역 관계자가 흥화 관계자에게 당부했던 내용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후 2시 33분께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약 6시간 동안 단차와 관련한 통보는 코레일 측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정황을 파악한 국토교통부는 작업 현장에 있던 흥화, 서울시 등을 대상으로 철도안전법령 위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철도안전법과 시행령에 따라 철도보호지구에서 행위를 신고해야 하는 '작업 신고인'에 해당한다.
단차 발생 사실을 알리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작업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보고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현장의 안전불감증과 고의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 현장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큰 공사 현장에서는 안전 점검이 수시로 있다"면서 "코레일에 단차 발생을 보고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일반적인 일이다 보니 안전진단을 마치고 그 결과를 전달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은 아니어서 위험을 안이하게 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장의 허점에 철도 안전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를 일부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 공백을 사전에 차단할 안전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안전관리체계를 점검하고 철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수시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시정조치도 내릴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급선무인 복구 작업에 집중하고 그다음에 점검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철도 안전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검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