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2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1990년 8.25%에서 1992년 3.0%로 떨어진 후 계속 동결됐던 기준금리를 그린스펀은 그해 여섯 차례에 걸쳐 인상해 5.5%로 끌어올렸다. 그해 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7.8%까지 급등하자 중남미 국가 등에 몰렸던 미국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갔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주가가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고 멕시코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가 됐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은 1997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금리 발작의 흑역사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 시절에도 반복됐다. 버냉키는 2013년 5월 금융위기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시중 자금 회수 시사 발언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긴축 발작(taper tantrum)’을 촉발시켰다.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튀르키예·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들은 금융위기로 내몰렸다.
■일본도 금리 인상 때마다 경기 침체의 아픔을 겪었다. 2000년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0.25% 인상한 후 이듬해 닷컴 버블 붕괴 영향으로 경제가 크게 흔들렸고 2006년 양적완화 정책 중단 이후 금리를 두 차례 올렸을 때는 디플레이션 고착화 늪에 빠졌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 조짐으로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국 국채금리가 발작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5.12%를 기록하며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금융시장 파멸의 문’으로 불리는 ‘마의 5%’ 벽을 넘어선 것이다. 영국 30년물 국채금리도 5.8%로 뛰어올라 2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 발작 흑역사 한가운데 있는 중앙은행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나갈 보루 역할을 해왔다. 물가 상승을 막으면서 동시에 경기를 살리는 절묘하면서도 신중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금리 발작 경고 신호를 받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홍병문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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