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협에 갇힌 제3국 선박 빼내는 ‘프로젝트프리덤’, 이란 지렛대 약화 시도
▶ 유럽 상대로 관세·미군감축 빼든 트럼프, 동맹국에 다시 파병 압박할까
▶ 인도주의 문제 강조하며 국제적으로 이란 고립 시도…이란 대응이 관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3일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을 바라보며 손짓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시간 4일 오전부터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제3국 선박들이 해협을 빠져나오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해방 프로젝트)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은 호르무즈와 관련한 또 하나의 승부수로 읽힌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지난달 13일부터 이란을 오가는 유조선 등을 차단하는 '역봉쇄'(대이란 해상봉쇄)에 나선 데 이어 해협과 그 주변에 갇힌 채 오도 가지도 못하는 각국 선박이 제 갈 길을 갈 수 있도록 미국이 주도적으로 돕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를 발표한 3일 소셜미디어(SNS) 글에서 "나는 내 대표단을 통해 우리가 그들의 선박과 선원을 해협에서 안전하게 빼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해당 국가에) 알리도록 했다"고 소개하고, 이를 방해할 경우 "유감스럽지만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이란에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프로젝트 프리덤'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국가들, 보험사, 해운 기관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을 조율할 수 있는 프로세스"라고 소개했다.
또한 이 당국자는 미국 군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호위하는 방안은 현재로선 이 프로젝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젝트 프리덤'과 관련, 무고한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한 인도적 측면을 강조했고, WSJ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미 군함이 당장 호르무즈에서 상선 호위에 나서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란의 대응 여하에 따라 군사력이 개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이란이 자신들이 사실상 '인질'로 잡고 있는 상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도록 허용하지 않고, 물리력을 사용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한 '강력한 대응'과 맞물리며 이란 전쟁의 위태로운 휴전을 흔들 위기 상황을 불러올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에 갇힌 선박들을 빼냄으로써 이란이 가진 지렛대를 약화하고, 이란의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가 대치 중인 호르무즈에서 미국의 통제권과 주도권을 더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차원의 대이란 해상봉쇄는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이란산 원유 수출을 지속 차단하는 동시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는 힘을 빼는 효과를 거두는 한편, 해협에 갇힌 유조선에 실린 원유가 국제시장에 풀림으로써 유가 안정화에 일정한 기여를 하도록 하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프로젝트 프리덤'이 성공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이 정상적으로 다닐 수 있도록 하는 해협의 '완전 개방'을 다음 단계 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이 실현되면 이란이 가진 거의 유일한 지렛대는 무력화되고, 미국이 한결 유리한 입장에서 대이란 전쟁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호르무즈 관련 승부수가 미국-이란 간 협상의 교착 국면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달 26일께 2차 협상이 모색되다가 무산된 뒤 양측은 불안한 휴전을 이어가며 협상안을 주고받고 있지만 핵심 쟁점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란이 요구하는 '선(先) 종전-후(後) 비핵화 협상' 카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지렛대를 한층 더 약화할 수 있는 조치에 나서며 '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대이란 해상봉쇄가 이란을 압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판단하에, 한 발 더 나가겠다는 기류가 읽힌다.
또한 '프로젝트 프리덤'이 해상에 갇힌 선원들을 빼내는 인도적 조치임을 강조한 대목은 외교적으로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로도 분석된다.
이란이 이 프로젝트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비난 공세를 강화하며, 이번 전쟁의 정당성을 자국민들에게 더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일본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또 한 번 파병을 요구하게 될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한중일과 영국, 프랑스 등에 호르무즈 군함 파견을 요청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최근 유럽연합(EU)에 대한 자동차 관세 인상,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구상 등을 발표하며 사실상의 '보복'에 나섰다.
현재로선 프로젝트 프리덤의 구체적 실행 계획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란이 저항할 경우 해협의 제3국 선박들을 빼내는 데 군사력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병 이슈가 재부상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이 대미 지렛대 약화를 감수한 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갇힌 선박들의 항로를 열지, 반대로 저항에 나설지는 만 2개월을 훌쩍 넘긴 이란전쟁이 협상 국면으로 돌아갈지, 교전 재개의 방향으로 빠져들지를 가를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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