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 협상 무산에서 ‘핵·호르무즈 평행선’ 재확인
▶ 이란, 대면협상 거부 지속…트럼프, 정치적 시험대 오를 수도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진퇴양난에 직면했다.
현재로서 확전이나 타협, 혹은 해상봉쇄 유지 등 세 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어떤 카드도 부작용 없이 신속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을 위해 예정됐던 스티브 윗코프·재러드 쿠슈너 특사의 파키스탄 방문 일정을 25일 취소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대면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양측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무기급 핵물질 처리,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 등 핵심 쟁점에서 입장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에 대한 권리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주권 문제로 여겨왔다.
모하마드 파탈리 인도 주재 이란 대사는 이날 소셜 미디어에서 "협상은 적들이 우리 국가의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 권리를 인정할 때만 제대로 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파키스탄행을 취소한 뒤 이란이 '훨씬 더 나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신중한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이란이 합의했다고 주장한 사안이 나중에 보면 진전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현재로서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파키스탄에서 추진하던 2차 종전협상을 전격 취소하면서 이란 요구안을 보면 협상단의 장시간 이동이 아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교착은 별다른 계기가 없다면 장시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국과의 입장차가 더 좁혀지기 전까지는 직접 마주 앉기를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바킬 국장은 "현시점에서 그런 협상은 '이란이 대화를 간절히 원한다'는 식의 여론을 조성할 빌미만 줄 뿐이라는 게 이란 지도부의 판단"이라고 관측했다.
이처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같이 난제 그 자체다.
일반적으로 볼 때 남은 선택지는 ▲ 군사력 사용 확대 ▲ 내키지 않는 합의 수용 ▲ 이란의 굴복을 끌어낼 장기간 해상 봉쇄 등이다.
현시점에서 확전 카드를 꺼내 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4∼6주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는데, 개전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 공격을 재개할 경우 미국은 장기전의 수렁에 빠진다.
특히 미국 내 반전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역시 추가 개입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는 통에 확전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 무산이 전쟁 재개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우리는 아직 그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란의 요구를 수용해 타협안을 받아들이는 선택은 정치적 위험이 더욱 클 수 있다.
핵 프로그램이나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에서 타협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던 전쟁 명분 자체가 무력화되고 패전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그렇다고 해상 봉쇄를 고수하는 것 또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대치 국면이 길어질 경우, 세계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까지 치명적인 위협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뚜렷한 돌파구가 없는 진퇴양난 속에서 이란의 실질적인 양보를 끌어내야 하는 정치적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관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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