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검색·AI 의존 늘수록 기억력·집중력 저하 우려
▶ 작은 도전이 뇌 연결 강화… 인지기능 유지 효과
▶ 의도적 ‘프릭션’ 증가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삶

[클립아트 코리아]
현대 기술 덕분에 이메일을 작성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기억나지 않는 배우의 이름을 검색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빠르고 마찰 없는 길이 항상 최선인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면서 우리의 뇌를 사용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매우 현대적인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있다. 바로 ‘프릭션 맥싱(friction-maxxing)’, 즉 일상 속에서 불편함을 의도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캐서린 제저-모턴은 지난 1월 ‘더 컷’에 실린 글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며, 저녁을 배달시키는 대신 직접 요리하는 것처럼 일상에 다시 도전과 불편함을 도입하는 것이 사람들을 불편함에 다시 적응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대부분의 날에는 쉬운 것이 더 좋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마찰이 없는 삶이 장기적으로 인지 기능에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태즈메이니아 대학교 생의학 강사이자 신경과학자인 라일라 랜도프스키 박사는 “그건 마치 개인 트레이너가 대신 웨이트를 들어주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단순히 불편함을 위한 불편함이 아니다. 더 많은 좌절을 원한다면 대기업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인지 능력을 자극하는 활동이다. 우리는 세 명의 뇌 및 행동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편리함과 쉬움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프릭션 맥싱’을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들의 답은 다음과 같다.
■편리함과 쉬움이 뇌에 미치는 영향
랜도프스키 박사에 따르면 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생존을 돕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뇌는 어떤 선택이 가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비용 대비 효과를 계산한다. 도전은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뇌는 어려움보다 쉬움을 선호한다. 또한 뇌는 보상에도 반응한다. 소셜미디어를 스크롤하며 쉽게 얻는 즐거움이나 인공지능 챗봇 클로드가 완벽하게 작성해준 메시지처럼 즉각적인 만족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오늘날 우리의 환경은 이러한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펜실베니아대 커뮤니케이션·심리학 교수이자 ‘우리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What We Value)’의 저자인 에밀리 포크 박사는 “쉬운 것들은 대개 기분 좋게 느껴지고, 플랫폼들은 우리가 계속 머물도록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마찰 없는 삶은 해로울 수 있다. 뇌 건강 연구자이자 ‘노화를 막는 뇌(The Age-Proof Brain)’의 저자인 마크 밀스타인은 학습, 기억, 집중력 같은 뇌 기능은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고 설명한다. 뇌는 이러한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훈련이 필요하다. 만약 뇌를 자주 사용해 배우고, 기억하고, 집중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능력은 점차 약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연구에 따르면 구글에 의존해 답을 찾는 사람들은 기억력 회상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더 최근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2021년 연구에서는 196명의 참가자에게 객관식 퀴즈를 제공했는데, 검색엔진을 사용해 답을 찾은 참가자들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그룹 모두 자신의 점수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자신감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검색엔진을 활용한 학습이 정보를 효과적으로 저장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밀스타인은 챗GPT와 같은 AI 도구의 확산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몇 년 전보다 기억력이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모든 것이 손끝에 있는 환경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2025년 연구에서는 대학생 58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이 중 57%는 매일 AI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일주일에 여러 번 사용했다. 연구 결과 AI 사용이 많을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복잡한 사고에 필요한 정신적 자원이 소모되는 ‘인지 피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2025년 연구(666명 대상)에서도 AI 사용이 비판적 사고 능력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 기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인지적 외주화’는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프릭션 맥싱의 장점
밀스타인은 나이가 들수록 뇌세포 간 연결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며 이는 기억력, 집중력, 학습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그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등 ‘마찰이 있는 도전’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이가 들면서 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인지 예비력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활동은 뇌에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게 하며, 전체적인 예비력을 증가시킨다. 밀스타인은 “더 많이 쌓아둘수록 나중에 빠져나가는 것을 덜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포크는 프릭션 맥싱의 장점이 반드시 인지 능력 향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더 의미 있는 삶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를 이용해 이메일을 쉽게 작성하면 당장은 기분이 좋을 수 있지만, 만약 당신이 소통 능력이나 사회적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는 장기적인 목표와 어긋날 수 있다.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선택이 장기적인 가치와 맞는지 고민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다행히 뇌가 이미 편리한 경로에 익숙해졌더라도 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포크는 요리하면서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듣는 것처럼 보상을 결합하면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하면 해당 행동이 반복되며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보상을 원하는 뇌의 특성을 활용해 환경과 루틴을 설계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릭션 맥싱을 시도하는 5가지 방법
삶 전체를 불편함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밀스타인은 하루에 ‘마찰의 순간’을 조금씩 넣는 것이 장기적으로 뇌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다음은 그가 제안한 방법들이다.
1. 잘하지 못하는 퍼즐이나 게임을 해보기
퍼즐과 게임은 뇌를 자극하지만, 잘하는 것만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스도쿠가 쉽다면 단어 게임을 시도해보라. 헬스장에서 팔 운동만 하지 않는 것처럼 뇌도 다양한 훈련이 필요하다.
2. 새로운 것을 배우기
게임, 언어, 운동 방식 등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은 뇌 기능 유지에 효과적이다. 이러한 도전은 노르에피네프린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집중력과 학습을 향상시킨다.
3. 요리를 해보기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직접 식사를 준비해보라. 레시피를 찾고, 재료를 구입하고, 조리 과정을 따르는 것은 뇌에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든다. 식사 중에는 휴대폰을 멀리하는 것도 좋다.
4. 직접 만나기
문자나 이메일 대신 친구에게 전화하거나 직접 만나라. 이동 경로를 기억하고, 상대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고, 사회적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이 뇌와 관계를 모두 강화한다.
5. 바로 검색하지 않기
무언가를 기억하려 할 때 즉시 검색하지 말라. 예를 들어 쇼핑 중 필요한 물건을 떠올리며 기억력을 활용해보라. 검색하기보다 기억하려는 과정을 받아들여라.
간단한 관점 전환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프릭션 맥싱을 단순히 도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에 맞는 선택을 하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삶을 더 의미 있고 보람 있게 만들 수 있다. 포크는 “사람들은 마찰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을 의도라고 볼 수도 있다”며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게 만든다면 마찰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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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ley Abram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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