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2일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은 중가주 이민선조들의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돌아보기 위해 중가주를 방문했다. 중가주 한인역사연구회 안유신 회장 일행과 리들리 매튜 터틀 시장도 나와서 환영해 주어 우리의 역사탐방의 의미를 더해 주었다.
리들리 한인 이민역사 기념각 공원에는 서울 서대문에 있는 독립문의 1/4 축소 모형이 우뚝 서 있고, 그 앞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을 비롯한 12인의 애국지사를 기리는 기념각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10기는 2010년 11월 리들리시와 중가주 한인역사연구회가 함께 세운 것이라고 한다.
2023년에는 한덕세 여사와 장인환, 전명운 애국지사의 비각이 추가되어 현재는 총 12기의 기념각이 고요한 역사 속에서 선조들의 뜻을 전하고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비각을 깨끗이 닦고 흰 국화 한송이씩 놓아드렸다. 서대문에 세워진 독립문은 중국의 속국에서 벗어난 우리민족이 독립된 나라임을 기념하며 세운 기념비인데, 이곳 중가주에 세워진 독립문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독립문의 맥락을 같이 한 것일까?
다음 방문지는 독립운동가들이 독립자금 모금을 위해 자주 들렀다는 버지스 호텔이었다. 이곳은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이승만 박사 등이 리들리 한인들과 독립운동 논의를 나누며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곳에서는 김형순씨와 부인 한덕세씨가 처음 과일농장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후 김호씨도 합세하여 ‘김형제상회’를 세워 크게 성공하였고, 다뉴바에서는 송철씨와 김용중씨가 과일 도매사업으로 성공하여 이승만 박사의 독립운동의 큰 손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호텔 입구 왼편에는 “In Memory of the two Korean patriots stay at this hotel(두 애국지사가 이 호텔에 머물렀음을 기념하며)”라는 문구가 새겨진 동판이 붙어 있었다. 기록물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이승만 박사의 당시 사진과 설명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투숙객이 없을 때에는 3층에도 올라가서 관람할 수 있으며, 객실 사용료는 1박에 120달러정도라고 하니 유서 깊은 이곳에 한번쯤은 묵어서 당시 가슴 뜨겁던 독립운동가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었다.
이어 방문한 장소는 리드 애비뉴에 위치한 한인 초기 이민자들의 공동묘지였다. 이곳에는 총 189명의 선조들이 잠들어 있으며, 그중 독립유공자 김형순, 한덕세 부부, 박기벽, 이영수, 장병훈, 조성학 선생 등 여섯 분의 묘소를 찾아 우리는 정성을 다해 청소하고 헌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단하고 외로운 삶 속에서도 조국 독립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선조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소중한 장소인데, 이름도 없이 묻혀진 이분들의 묘비에는 이름한번 불러주는 이 없고 꽃한송이 놓아 줄 사람이 없어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다음 목적지는 다뉴바 애국선열기념비였다. 이곳은 다뉴바 최초의 장로교회 터에 세워진 기념비로, 사라진 교회를 대신하여 당시의 독립운동과 독립자금을 기록한 사진들이 남아 있었다. 기념비 반대편에는 독립자금을 모아 임시정부에 전달한 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중가주 한인사회의 애국정신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당시 리들리와 다뉴바 등 중가주 일대에는 약 500여명의 한인 이민자가 살고 있었고, 그중 350명가량이 1920년 다뉴바에서 개최된 3·1운동 1주년 기념 행진에 참여했다는 기록은 이 지역 한인사회의 뜨거운 애국심을 보여준다.
탐방의 마지막 일정은 대한여자애국단이 주체가 되어 1920년 3·1절 퍼레이드가 개최된 장소였다. 선조들이 105년 전 독립을 향한 열망으로 백의의 한복을 입고 퍼레이드를 펼쳤던 당시의 숨결을 떠올리며 그들의 웅장한 애국심에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은 대한여자애국단의 정신을 기리고 선조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차세대들의 뿌리교육 일한으로 매년 이 역사탐방을 이어가고 있다. 해마다 이곳을 다녀간 모든 이들이 선조들의 삶을 마음 깊이 되새겨보며, ‘나의 뿌리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라는 물음을 가슴에 새겨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해마다 이곳 투어안내를 맡아 주시는 중가주 한인역사연구회 안유신 교수팀께 감사를 드리며, 이곳으로 단체 관광을 하고자 할 경우에는 이메일(yahn@csufresno.edu)로 사전예약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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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원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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