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서 첫 해외 전시…국보 7건 등 330점
▶ 한국 문화 팬들·현지 교민 발걸음… “이런 전시 더 많았으면”

(워싱턴=연합뉴스) = 15일 워싱턴DC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보고 있다. 2025.11.15
"난 K-역사 드라마를 많이 보는데 내가 드라마에서 본 역사적인 요소들을 실제로 볼 수 있어 신기했다."
15일 워싱턴DC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만난 마리아 웨버씨(29·여)는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특별전을 관람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K-드라마를 대뜸 언급했다.
웨버씨는 가장 최근에 본 사극 '철인왕후'에서 존호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찾아봐야 했는데 이날 박물관에서 존호를 부여할 때 사용된 옥책을 봤다고 설명했다.
존호(尊號)는 왕이나 왕비의 덕을 기리기 위해 높여 부르는 칭호로 이번 특별전에는 1851년(철종2년) 효명세자(1809∼1830)의 세자빈이었던 신정왕후(1808~1890)에게 존호를 추가로 붙일 때 만든 조선왕실 옥책이 포함됐다.
이 옥책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수집했다가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의 일부다.
국보 '정선 필 인왕제색도'와 보물 '김홍도 필 추성부도'·'월인석보' 등 국보 7건, 보물 15건을 포함해 근현대 미술까지 330점이 이날 워싱턴DC에서 첫 해외 전시를 시작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관람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현지 주민과 교민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게리 바쇼(50)씨와 조시 매키(42)씨는 작년 한국을 여행했을 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부 작품을 관람했으며 이번에 워싱턴DC에서 전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이 있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바쇼씨는 "난 아시아 문화를 사랑하는데 한국 문화는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 더 많이 배울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고 이 많은 예술품이 정말 인상적이다"라면서 "이 같은 한국 전시를 더 많이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6년을 거주한 경험이 있는 매키씨는 "내가 한국에 살았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두루미와 산, 한지같이 미국의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이미지를 보며 한국에 대한 향수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원래 지난 8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으로 박물관 자체가 문을 닫으면서 연기됐고, 이날 박물관 운영 재개와 함께 개막했다.
미국에서 30여년을 산 황보(79)씨는 그동안 국립박물관에 한국 작품이 이처럼 많이 전시된 적이 없어 셧다운이 끝나자마자 왔다면서 "중국이나 일본은 여기서 계속 전시해서 섭섭했는데 지금 '살아서 이런 구경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자기 자식과 백인 배우자 사이에 낳은 혼혈 손주가 항상 자기를 "화이트(white) 아메리칸"이라고 하다가 최근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인기를 끌자 이제 자기를 "하프(half) 코리안"이라고 한다면서 "그만큼 문화적인 요소가 엄청 크다"라고 말했다.
실제 황보씨의 설명대로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의 한국 소장품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약소한 편이다.
이날만 해도 일본 프린트와 사진, 일본 현대 금속 공예, 일본 다도 등 일본 관련 특별전 3건이 진행되고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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