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에서 열린 트럼프와 시진핑의 회담은 ‘무역전쟁 휴전’이라는 가치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휴전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미-중 관계를 관리할 보다 장기적인 기본틀인 평화협정과는 다르다. 이번 회담을 통해 두 정상은 고조되는 양국간의 긴장에 쉼표를 찍고, 시간을 벌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핵심 질문은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느냐이다. 한가지 위험한 사실은, 민주당과 공화당 가운데 어느 쪽이 백악관을 차지했는가에 상관없이, 지난 수 년동안 워싱턴은 줄곧 중국의 규칙에 따라 행동해 왔다는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중국에 대한 워싱턴의 대응은 무역을 제한하고, 공급망을 통제하며, 투자를 정치화하고, 관세를 대통령의 사적인 도구처럼 멋대로 휘두르는 등 베이징 따라하기로 베이징을 제압하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일부 위험요소를 의도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과도한 조치는 중국의 강점을 살리는 반면 미국의 강점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고 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규칙을 따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개인적이고 재량적이며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숭배하는 듯 보인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관세 부과로 세계를 위협했고, 반도체 공급망에 직접 개입했으며, 인텔에 정부의 지분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미국이 15%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조건으로) 엔비디아 칩을 중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특별허가를 내주었고, 틱톡 매각을 위한 자금조달자(뱅커) 역할을 자임했다.
누군가에게 이는 강력한 협상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위험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생각이다. 중국의 체제는 국가의 개입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워싱턴 쿼터리’의 최근 분석은 베이징이 어떻게 ‘하이브리드 강압 모델’을 개발했는지 보여준다. 이 모델은 공식적인 수출통제와 블랙리스트를 세관의 감속조치, 안전 규제, 기업들에 대한 광범위한 지시 등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온 불투명한 압력과 뒤섞어 놓았다. 중국의 제재는 뚜렷한 출구전략 없이 의도적으로 모호하며 아무런 설명없이 강화되거나 약화된다.
베이징은 모호성을 무기화한다. 중국은 법치주의의 예측가능성이 아닌 국가의 영향력과 정치적 지속성에 중점을 둔 시스템을 구축했다. 만약 경쟁이 보조금, 위협과 재량권 등 자의적이고 중앙집권적인 방식으로 치닫는다면 중국은 자연히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중국은 헌법도, 시장도, 선거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만약 미국이 이를 중앙화된 통제의 시험대로 만든다면 우위를 차지하기 힘들다. 중국은 고통을 흡수할 수 있다. 명령만으로 산업을 동원할 수 있고, 법적 제한없이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 미국은 그런 식으로 통치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어떤 민주주의도 독재정권을 모방하는 방법으로는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 미국의 힘은 규칙과 예측가능성 및 개방성에 있다.
40년전, 일본의 기술적 도전에 직면한 미국은 국가산업부를 신설하거나 기업 챔피언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승리를 거둔 게 아니었다. 경쟁을 지원하고, 인재를 환영하며,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담합금지법을 보호하고 벤처 캐피탈을 풀었다. 우리는 일본을 따라함으로써 일본의 도전을 물리친 게 아니라 일본을 능가하는 기술혁신을 통해 토쿄를 따돌렸다.
하지만 오늘날, 놀랍게도 미국은 정반대의 결론을 향해 표류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는 이제 모든 중국 상품에 적용되고 있고, 점차 우방국 상품까지 마구잡이로 쓸어담고 있다. 관세의 목표는 규칙에 기반을 둔 무역 시스템을 조성하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제력을 과시하는데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워싱턴이 신호만 보내면 시장이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이것은 거래와 지배를 즐기는 지도자를 흡족하게 만들지 모른다. 그러나 한때 세계의 인재와 투자를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자석으로 작용했던 바로 그 규범을 녹슬게 한다.
이로 인한 결과는 중국과 장기적인 균형을 이루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동남아시아권에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이 지역의 국가들은 중국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의 투자와 영향력을 원하지만 관세와 지원삭감 및 간헐적인 외교만을 목격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이같은 패턴을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관세 협박을 통해 달성한) 캄보디아와 태국 사이의 휴전 관련 기념사진 촬영에 집중하다가 중요한 안보정상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일찌감치 다음 순방지로 떠났다. 한편 무역 업그레이드와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며 회의 개막에 앞서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중국은 폐막일까지 자리를 지켰다. 동남아시아 10개국 가운데 9개국이 근년들어 더욱 긴밀하게 중국과 협력하고 있다는 한 연구결과는 전혀 놀라울 게 없다.
미국은 파괴가 아니라 건설을 해야 승리한다. 유럽 및 아시아와의 관계를 심화하고, 민주주의 파트너들과 경제를 더욱 긴밀하게 통합하며, 특정기업이 아닌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해 광범위하게 투자하고, 개방적 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세계각국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미국은 글로벌 무역시스템을 재편해야지 제한해선 안된다.
핵심 기술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분리(decoupling)는 국가 안보차원에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신중한 보호장치와 대통령이 미국 경제를 자신의 개인적 포트폴리오처럼 여기는 것 사이에는 엄청한 차이가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통제된 사회보다 자유로운 사회에서 혁신이 번성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만약 우리가 지금의 경쟁을 어느쪽이 더 징벌적이고 폐쇄적이며 더 중앙집권적이고 국가 주도적인지를 시험하는 자리로 만든다면 중국은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역동성과 열린 경쟁, 국가간의 자유로운 연합을 시험하는 자리로 만든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승리의 방법은 중국이 되는게 아니리 미국으로 남는 것이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어온 요인들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승리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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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 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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