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들에게 평화를 선사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는 감동적인 서한을 보냈다. “어린이들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조용한 꿈을 품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랑, 가능성과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을 꿈꾸지요. 푸틴 대통령님, 당신은 혼자 힘으로 이 아이들의 명랑한 웃음소리를 되살릴 수 있습니다. 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줌으로써 당신은 러시아에 봉사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류전체에 봉사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목요일, 푸틴은 키이우 중심부의 주거용 건물들과 유치원에 대규모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가해 네 명의 어린이들 포함해 최소한 23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방식으로 멜라니아 여사의 서신에 응답했다. 이번 공격은 우리의 영부인에 대한 모욕이다. 이는 또한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푸틴에게 아내의 편지를 직접 전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물론 푸틴은 개전 이후 의도적으로 어린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우크라이나 검찰청에 따르면 3,560여개의 학교가 러시아의 미사일, 드론, 야포와 심지어 집적탄의 공격을 받았고 이들 중 371개교가 파괴됐다. 이로 인해 652명의 어린이가 숨지고 2,142명이 다쳤으며 2,193명이 실종됐다. 유니세프(UNICEF)는 매주 평균 약 16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숨지거나 부상당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로 많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은 학교 건물을 겨냥한 러시아 드론과 미사일을 피해 지하 방공호에서 수업을 받는다. 그래도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수업은 중단된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지난주 푸틴의 공격은 백악관에 모여 머리를 맞댄 트럼프와 유럽 정상들의 결의를 조롱하는 메시지처럼 보인다. 게다가 러시아는 키이우에 위치한 유럽연합(EU) 외교공관은 물론 문화 및 교육 교류를 촉진하는 영국정부 기관인 브리티시 카운슬까지 공격대상에 포함시켰다.
또한 이와 별도로 이루어진 공격에서 러시아는 전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국의 전자제조업체 플렉스의 현지 공장에 칼리브루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트럼프는 푸틴에게 평화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숱한 기회를 제공했다. 이란의 경우 트럼프는 60일의 시한을 제시하며 테헤란을 향해 핵 프로그램 중단에 합의할 것을 종용했다. 어리석게도 이란 지도부가 이를 무시하자 61일째 되는 날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됐고 뒤이어 이란의 핵 시설을 “박살”낸 미국의 ‘미드나잇 해머’ 작전이 전격적으로 전개됐다.
반면 우크라이나전의 경우 푸틴은 수 차례에 걸처 트럼프가 제시한 데드라인을 무시했음에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최근 들어 트럼프는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구입한 인도에 2차 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판매를 확대하면서 서서히 푸틴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트럼프는 푸틴의 머리를 해머로 내리치지 않고 있다.
아마도 부분적인 이유는 이란과 달리 푸틴이 전화 통화나 직접 대면을 통해 트럼프와 접촉하며 그를 안심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길수 있도록 트럼프가 여러 차례 기회를 제공한 것은 옳은 일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후 6개월이 지나도록 푸틴은 적절한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반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트럼프는 훨씬 큰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2월말 외교참사에 해당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백악관 회담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무기 공급이 잠정 중단되자 우크라이나는 한 달후 트럼프가 요구한 조건 없는 완전한 휴전에 동의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트럼프와 전화 통화를 한 젤렌스키는 에너지 및 민간 기반시설에 초점을 맞춘 30일간의 부분적 휴전에 동의했다.
그러나 푸틴은 이들 모두를 거부했다. 젤렌스키는 5월에도 미국이 뒷받침하는 조건없는 휴전에 동의했다. 이에 대해 푸틴이 이스탄불에서 회동하자는 역제안을 들고나오자 젤렌스키는 트럼프의 요구대로 사전조건없이 그와 만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푸틴은 말을 바꾸며 다시 뒷걸음질쳤다.
이는 지난 수 개월간 우크라이나가 트럼프의 요구대로 교전을 중단하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협상 테이블로 나오는데 동의한 반면 러시아는 미국을 기만하며 계속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공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에 동의하고 러시아가 이에 반대할 경우 우크라이나 편에 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러시아산 오일과 가스 판매에 2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모스크바에 가혹한 댓가를 치르게 하는 한편 키이우에 무기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영토에서 전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부정직하고 무능하기 짝이 없는 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허용하지 않은 채 방어만 하도록 했다”며 “도대체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되물었다. 옳은 얘기다.
알래스카 정상회담 전에 트럼프는 푸틴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앵커리지와 워싱턴의 쌍둥이 정상회담을 통해 펑화에 도달할 수 있다는 합리적인 희망에서 이같은 결과를 지연시키려했다. 그러나 푸틴은 야만적인 대규모 공격을 단행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를 되살리는데 전혀 관심이 없다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트럼프의 외교와 영부인의 진심어린 서신에 뺨을 갈기는 대응이었다.
이것이 푸틴의 마지막 도발이 되어야 한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한 공격을 멈출 의사가 전혀 없음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강력한 압박을 가해야만 푸틴을 멈춰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강력한 압박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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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A. 시쎈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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