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문제에 대해 옳은 말을 할 때마다 필자는 어김없이 동감을 표시한다. 유감스럽지만 워싱턴 DC의 범죄와 무질서가 큰 문제라는 그의 지적은 옳다. 몇 년전에 비해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암과 마찬가지로 범죄의 경우도 “이전에 비해 조금 나아졌다”는 주장은 사실 대단히 좋은 소식은 아니다.
그렇다해도 거리 순찰을 위해 주 방위군을 배치한다는 트럼프의 무모한 계획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의 발상은 음산한 함의를 담고 있지만 효과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더구나 지난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시사한 바와 달리 워싱턴 DC의 법 집행과 기소를 연방화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그의 반대파들 역시 파시스트 정권의 망령을 소환하거나 범죄 발생건수가 과거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으로 대통렁이 자신의 계획을 철회하도록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2024년 워싱턴 DC에서는 187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주민 10만 명당 27명이 피살된 셈이다. 2023년의 273건에 비해 무려 32%가 감소했지만 187명의 피해자 혹은 슬픔에 잠긴 그들의 유족들에게는 아마도 큰 위안을 주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같은 해 주민 10만 명당 3.7건의 살인사건이 발행하는데 그친 보스턴, 뉴욕(4.7건), LA(7.1건)에 비하면 끔찍하게 높은 수치다. 2025년도에는 전년 동기에 비해 살인사건이 12% 추가 감소했으나 이 역시 적정수준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워싱턴 DC는 우리의 수도다. 최소한 다른 주요 도시들만큼은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 절도의 경우도 비슷하다. (필자가 이 두 가지 범죄에 집중하는 이유는 보고 방식이나 통계 방법의 변화에 이들이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기 때문이다. 시신은 숨기기 어렵고 자동차 절도는 가장 많이 보고되는 재물 범죄다.) 워싱턴 DC보다 열 배 이상의 인구를 거느린 뉴욕에서 지난 2024년 한 해동안 도난당한 차량의 숫자는 DC에 비해 세 배가 많았다. 더 높은 자동차 보유율을 감안하다 해도 이는 엄청난 차이다.
이같은 중범죄 외에 공공장소에서의 마약 사용이나 노숙과 같은 무질서 또한 심각한 이슈다. 생명이나 재산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공공장소의 이용성을 떨어뜨리고 도시를 하나로 묶어주는 시민적 유대감을 훼손한다.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말했듯 “워싱턴 DC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도시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렇지 않다.
주 방위군과 더 강력한 연방 기소가 해법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먼저 DC의 진보적 기득권층은 진지한 문제 해결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사들이 다룰 수 있는 ‘근본적 원인’을 찾는데 그칠게 아니라 형사 사법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더 많은 청소년을 성인으로 기소하고 싶다는 지닌 피로 DC 연방검사의 거친 발언을 지지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 경찰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이들의 활발한 치안유지 활동을 통해 범죄가 성행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크리스토퍼 루이스와 아다네르 우스마니가 2022년도 논문에서 주장했듯 미국은 경찰력이 부족한 반면 수감율은 높다. 범죄를 통제할 경찰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강력범죄 발생률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반면 범죄사건 해결율은 낮다. 우리는 검거된 범법자들에게 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함으로써 이를 보완하려 했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기대 가치를 계산하는데 능한 사람들은 대체로 범법자가 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은 별다른 효과가 없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은 끔찍한 사건에 연루된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피로의 접근방식은 대개 역행적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혹한 형량이 아니라 어떤 범죄에 대해서건 확실하게 형을 선고하는 사법적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처벌의 가혹성보다 확실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팬데믹 이후 DC 경찰국의 인력이 축소되면서 검문과 체포 건수도 줄어들었다. 이제 상황이 안정됐고 팬데믹 시절의 고점에서 내려오고는 있지만 폭력범죄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 모두 하나로 뭉쳐 중범죄 발생률을 떨어뜨려야 한다. 그리고 이는 여름 한 철의 정치쇼가 아니라 다년간 이어질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법정과 검사실의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진행중인 행정부의 법무부 인사 숙청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소율을 높이면 많은 경우 형량을 낮출 여지도 생긴다. 14세 범법자에게는 발목 모니터를 차고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자택에 장기 억류될 것이라는 확실성이 소년원으로 보내질 희박한 가능성보다 훨씬 강력한 범죄억제 효과를 낼 수 있다. 게다가 그의 침실에서는 감방에서처럼 범법자와 사귀거나 카재킹을 하는데 필요한 꿀팁을 얻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의 최근 행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의 정책이 초기 파시즘에 해당한다고 우길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진정한 해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경찰국은 인력 확충을 위한 더 많은 예산, 더 나은 훈련과 관리 및 승진 기회를 필요로 하며 그들이 체포한 범죄자들이 반드시 기소될 것이라는 확신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DC 교정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개척해야 한다. 다시 말해 보복이나 정치적 쇼맨십이 아니라 억제와 무력화에 초점을 맞춘 제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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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건 매카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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