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부해안·시에라네바다 등 단기간 집중호우 위험지역
▶ 텍사스 사망·실종 280여명

텍사스 중부 커빌 지역의 홍수 피해 지역에 휩쓸려온 차량들이 대파돼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중부 텍사스를 강타한 기습 폭우로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가운데, 기후 전문가들은 이제 이런 참사가 캘리포니아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LA타임스 등 언론들이 보도했다.
텍사스의 이번 홍수는 몇 시간 만에 과달루페 강 수위가 20피트 이상 치솟으며 ‘플래시 플러드 앨리(Flash Flood Alley)’라 불리는 지역을 순식간에 쓸어버렸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국지성 폭우가 기후변화로 더욱 빈번해지고 있으며, 이번 폭우도 이례적으로 집중된 강우와 극심한 가뭄이 겹쳐 발생했다.
국립 해양대기청(NOAA)의 윌리엄 스위트 박사는 “우리는 예전에는 없던 방식으로 홍수가 일어나고 있다”며 “폭풍 해일과 강우량이 점점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ABC7 기상학자 드루 투마는 캘리포니아의 지형과 기후 특성상 기습 홍수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사람들은 주로 몬순 시즌에 이 위협을 떠올리지만, 사실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홍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뭄으로 토양이 바짝 말라 있으면 빗물이 스며들지 못해 그대로 급류로 변한다는 것이다.
2017년 발표된 국가 홍수 연구에서도 캘리포니아 서부 해안과 시에라 네바다 산맥 일대는 ‘플래시 플러드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그해 샌호세 코요테 크릭 인근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수천 명이 대피한 바 있다.
투마는 “텍사스와 달리 캘리포니아는 열대성 수분의 직접 영향은 적지만, 멕시코 부근에서 형성되는 폭풍의 잔류 습기가 북상해 ‘완벽한 폭풍’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텍사스에서 홍수를 키운 3대 요인은 열대 폭풍 배리의 잔류 습기, 중부 텍사스의 언덕 지형, 극심한 가뭄이었다. 이 같은 조합이 캘리포니아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NOAA와 국립기상청에 대한 연방 예산 삭감이 예측과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은 연방 정부의 재난 대응 책임이 각 주로 이전되면서, 기후위기에 따른 극단적 기상 재난에 캘리포니아가 충분히 대비하지 못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연방 기상청 인력과 장비 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주 정부 예산과 준비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텍사스 참사는 홍수 예보 및 경보 체계 강화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단일 예측보다 여러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확률적 예측’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강우량 범위를 미리 공유하면 지역 당국이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도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면 인명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내 홍수 사망자의 상당수는 운전자들로, 도로가 순식간에 침수되면서 차량이 고립되거나 급류에 휩쓸리는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물에 잠긴 도로에 진입하지 않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조언한다.
투마는 “스마트폰의 긴급재난 문자 알림을 꼭 활성화하고, 거주지의 홍수 위험도를 미리 파악해 대피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홍수 대비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매년 되풀이될 수 있는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편 텍사스 중부 내륙에서 발생한 폭우와 홍수 사태 사망자가 110명으로 늘었다. 텍사스 주정부에서 집계한 실종자만 170명이 넘어 인명 피해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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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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