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소홀에 쑥 커버린 멕시코 ‘불법석유거래’…당국, 단속 고삐 죈다
▶ 땅굴 판 뒤 송유관에 구멍 뚫어 기름 절도…정제·보관운반 전문가 ‘특채’

불법 석유 정제소 확인하는 멕시코 요원[로이터]
석유 생산 규모 세계 12위권의 산유국 멕시코에서 불법 석유 거래가 큰 사회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당국의 감시 소홀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멕시코 정부는 대대적으로 단속의 고삐를 죄며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멕시코 안보부는 30일(현지시간) 지난 6개월간의 첩보 수집을 토대로 12건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5개 석유 절도단 우두머리 5명을 포함한 32명을 체포하고 관련 범죄 조직을 해체했다고 밝혔다.
또 방탄차를 포함한 차량 69대, 무기 36정, 석유 운반용 컨테이너 14대 등을 압수하는 한편 2곳의 송유관 절도 시설을 폐쇄하고 1천600만 페소(11억원 상당)의 현금을 압류 조처했다고 안보부는 덧붙였다.
오마르 가르시아 하르푸치 안보부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범죄 현장에서 피의자들은 희귀 동물들도 키우고 있었다"며, 재규어와 거미원숭이 같은 동물들을 구조했다고 적었다.
멕시코에서는 마약 카르텔 두목 같은 범죄자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멸종 위기종 동식물을 기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번에 적발된 석유 절도·밀거래 조직은 주로 멕시코시티 주변과 케레타로 산업단지 또는 베라크루스 항구 인근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터널이나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땅굴을 파고 들어간 뒤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정교하게 석유를 가로챘는데, 범죄 현장 주변에 농작물을 심어 외부 진출입로를 숨겼다고 멕시코 당국은 설명했다.
이번에 체포된 이들 중에는 질 낮은 연료를 정제하는 관련 분야 전문가 출신과 석유를 더 효율적으로 보관·운반하는 시설을 만든 공학자 등도 껴 있다고 멕시코 안보부 장관은 부연했다.
멕시코에는 빼돌린 석유를 지칭하는 보통명사(우아치콜)가 있을 정도로 불법 연료 관련 지하 경제가 발달해 있다.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PEMEX)에 따르면 2022년에 집계된 하루 평균 휘발유 절도(도유) 규모는 6천100배럴(97만ℓ 상당)이었다. 이를 주유 가격으로 환산하면 16억원이 넘는다.
에네마스(N+)와 레포르마 등 현지 언론은 당국의 느슨한 감시를 그 주된 배경으로 지적하는데, 최근엔 국제 범죄 네트워크로까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멕시코 해군은 1천만ℓ 상당의 불법 디젤 연료를 실은 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적발했는데, 이 연료는 미국에서 넘어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를 인용해 전했다.
불법 밀거래 조직들은 석유 연료를 면세 대상인 산업용 윤활유인 것처럼 위장해 미국 텍사스에서 멕시코로 들여오고 나서 주로 국경 지대 주유소 등지에 넘겼다고 한다.
누에보레온, 소노라, 치와와, 사카테카스 등 멕시코 북부에서만 올해 연료 소비량의 40% 이상이 밀수된 것이라는 분석이 있으며, 전국적으로 차량 4대 중 1대꼴로 불법 휘발유를 사용한 것이라는 업계('FuelPricing') 추산도 있다고 엘우니베르살은 덧붙였다.
예컨대 미국 국경 인근 일부 주유소의 경우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연료를 판매하는 사례가 더러 있는데,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해당 주유소 리뷰에는 차들이 주유를 위해 길게 늘어선 사진도 볼 수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속적인 추적·관리와 단속 강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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