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하고도 벌써 중순을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가 제 47대 대통령에 취임한지 넉 달이 지나 다섯 달로 접어들었다.
그 기간 내내 꽤나 시끄러웠다. 특히 해외정책을 둘러싸고. 사방을 향해 위협의 수사를 마구 날렸다. 공개적인 아양성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까지 결실은 별로 없다. 이게 월 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로 보인다.
‘시끄러운 수사는 이제 그만, 미국의 적대세력에 대한 주요 결정을 내려야 할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다.’ 이어지는 주요 언론들의 지적이다.
대통령 취임 첫 해에 내린 결정은 임기 내내 해외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그리고 해외정책 유산으로 남게 된다.
바이든은 취임 첫 해에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단행했다. 마치 사이공 함락 시 광경을 재현하는 듯한 그 모양새 빠진 미군을 바라보면서 푸틴과 이란의 회교혁명정권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뒤따른 것은 유럽에서, 또 중동지역에서의 잇단 도발이었다.
오바마도 말 뿐이었다. 이를 약함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시진핑은 인공 섬 조성과 함께 군사 요새화를 강행, 남중국해의 내해(內海)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백악관에 재입성한 트럼프의 눈앞에 펼쳐진 국제정세는 4년 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러시아, 이란, 중국, 북한. 거기에 회교 테러집단들까지 가세한 ‘새로운 악의 축’의 대두가 그것이다.
이 세력의 첫 도발지역은 유럽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시작이다. 여기서 밀리는 경우 전쟁의 불길은 동구권의 다른 국가, 중동지역, 동아시아지역까지 번질 수 있다. 관심은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가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우선적으로 쏠리고 있다.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대선 유세 중 트럼프의 호언장담이다. 백악관에 입성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취임 100일 내에 해결 하겠다’로. 100일이 지난 지 한 달도 넘었다. 그러나 휴전 소식은 여전히 감감하다.
비판이 사방에서 쏟아지고 있다. 그 소리가 그리고 이제는 하나로 응축되어 들려오고 있다. ‘트럼프의 푸틴과 우크라이나 전쟁 접근방식에는 처음부터 오류가 있었다’는 식으로.
‘천재다. 정치적으로 상당히 분별력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트럼프가 푸틴에게 보낸 찬사다.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백악관 재입성 이후에도 트럼프는 푸틴에게 계속 우호적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보아서.
어느 정도인가. 트럼프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휴전 중재에 나섰다. 거기까지는 그런대로 오우케이다. 한 발 더 나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에 불러들여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심한 모욕을 주면서까지 ‘푸틴 모시기’에 열심이었다.
트럼프에게 대가로 돌아온 것은 그러나 수모뿐이었다. 미국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 포로 교환을 시작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가해 어린이를 포함해 상당 수 민간인이 숨진 것이다.
이게 5월 마지막 주의 상황으로 트럼프는 급기야 “푸틴이 미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련해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이런 지적을 했다. ‘트럼프는 크렘린에 관한 한 뭔가 눈에 씌운 것 같다. 푸틴은 애당초 평화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트럼프는 그를 평화주의자로 생각했다.’
왜 푸틴은 휴전에 도무지 관심이 없는 것일까. 이유는 자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긴다는 확신에 차 있다. 그리고 전시체제 구축과 함께 대대적인 군사장비 생산에 들어갔고 병력증강도 계속 서두르고 있다.
그러니까 푸틴은 한 편으로 하계 대공세를 준비하면서 트럼프의 평화중재를 시간 끌기에 이용했을 뿐이라는 거다.
이 같은 지적과 함께 일말의 희망도 내비쳤다. 푸틴의 속내를 알아차리게 된 트럼프가 뒤늦게라도 역사의 편에 서서 푸틴 응징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유럽이 달라졌다. 러시아제재와 관련해 항상 우물쭈물하던 독일이 총리교체와 함께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장서서 사거리 제한 철폐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공격무기 지원 방침을 밝힌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국방비 증액을 서두르는 등 종전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략적으로, 정치적으로 달라진 이 같은 유럽의 현실도 트럼프의 회심(?)에 일조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기에 하나 더. 러시아에 ‘진주만급 충격’을 안겨준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러시아 본토공격 성공도 상황의 대반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오고 있다. 그런데다가 미 의회도 거들고 나섰다. 당파를 초월해 80여명의 연방 상원의원들이 러시아 제재 수위를 한껏 높이는 의안 마련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여전히 미로(迷路)를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의회의 지원에도 손사래 치면서.
트럼프는 역사의 편에 서서 악의 세력을 응징한 대통령으로 훗날 기록될지, 아니면 내실은 없고 소리만 요란했던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인지, 머지않아 판명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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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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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에 하나를보면 열을 알수있다 했는디 무얼더 보고 판단 하겠다는지 지금 판단하고 서둘러도 이미 마니 많이 늦었는디 미국이 제대로 돌아갈길이 너무나 험악하고 어려울것 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