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파괴본능과 성급한 판단은 혼란과 반대, 그리고 갑잡스런 번복을 초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위험을 감수하고 고정관념을 깨려는 그의 의지가 때론 낡은 관행을 뒤흔들 수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성전주의자였던) 시리아의 새 지도자를 만난데 이어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모든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또한 그는 이란과 새로운 핵 협상을 체결할 의향이 있음을 거듭 시사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지역에 새로운 차원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이란 협상에 트럼프가 보이는 새로운 관심은 기괴하리만큼 역설적이다. 무엇보다 그는 이란 핵협약에서 미국의 탈퇴를 결정한 장본인이다. 당시 미국의 정보 당국자들을 비롯한 대다수의 신중한 관측통들은 이란이 핵협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트럼프는 탈퇴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몇 차례의 입장 변화를 거쳐 자신이 상황을 훌륭하게 재정리했다고 세계 만방에 자랑스레 떠벌리는 트럼프의 전형적인 행동패턴이다.
그러나 과거야 어찌됐건, 이제 이전보다 더 나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여기서 가장 분명한 두 가지 근본적인 변화는 이란이 허약해지고 사우디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란은 한 세대만에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수 십년에 걸친 만성적 관리실패에 숫한 제재가 겹쳐지면서 경제상태가 악화됐고, 만연한 부패와 잔인한 독재로 이슬람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깊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헤즈볼라와 이란의 방공망에 가해진 놀라우리만큼 성공적인 이스라엘의 공격을 추가해 보라. 뿐만 아니라 테헤란의 가장 가까운 아랍 동맹국인 시리아의 바샤를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됐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와 수 년간 교전을 벌였던 시리아의 주요 반군세력이 새로운 정부를 구성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이란은 사담 후세인이 이제 막 날개짓을 시작한 신생 이슬람 공화국을 침략했던 1980년 이후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둘째,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대외정책도 지난 몇 년 사이에 크게 변했다. 후티와 사실상의 휴전협상을 벌였고, 카타르와의 관계를 개선했으며, 레바논과 이라크와의 관계도 발전시켰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현대화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려면 역내 안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 관리들의 정기적 회동은 두 나라 사이에 화해무드가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주목할만한 징후다. 사우디 관리들은 이제 공공연하게 새로운 이란 핵합의 도출을 위한 대화를 지지한다.
합의의 걸림돌은 늘 그랬던 것처럼 베냐민 네타냐후다. 그러나 그의 고집은 사우디 아라비아나 다른 걸프국들로부터 점차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이들이 힘이 빠진 이란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하지 않기 때문인지 모른다. 가자에서 벌인 네타냐후의 잔혹한 전쟁 탓에 그가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그 어떤 것도 더 이상 지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이같은 합의가 사실상 중동지역에서 핵확산위험을 억제하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또한 현재 논의되고 있는 타협안 중 하나인 우라늄 농축을 위한 지역 컨소시엄은 사우디 아라비아가 추진중인 민간 핵 프로그램 개발계획의 길을 열어줄 유용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트럼프가 직면한 도전은 그의 행정부가 이 문제를 두고 현실주의와 신보수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는 트럼프 자신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를 포함한다. 다른 편에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다양한 이란 매파들과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있다. 이들 두 진영은 계속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며칠마다 한번씩 어조와 강조점을 바꾸는 이유다.
물론 주된 이란 매파인 네타냐후는 핵시설을 공습하지 않으면 이란은 조만간 핵폭탄을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벌써 10여년째 이란이 불과 몇 달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만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온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실제로 네탸후는 자신이 1995년에 쓴 책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갖기 위해 끊임없이 전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란이 “메시아적 종말론”을 신봉하기 때문에 협상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역설했다.
보다 평범한 현실은 이란이 한 무리의 잔혹한 이슬람 성직자들과 부패한 군부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은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게 아니라 바로 이 세상에서 부를 축적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의 지배그룹은 선을 넘어 핵무기를 보유하기보다 차라리 핵 개발까지 수개월을 남겨놓는 편이 이롭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은 종말의 화염보다 제재 완화를 원한다.
이런 자들과는 친구가 될 것이 아니라 핵 군비경쟁의 위험을 완화하고 여러 세대에 걸친 전쟁과 테러로 상처투성이가 된 중동에 안정을 가져올 공동의 이익을 위해 거래해야 한다. 트럼프는 네타냐후의 반대를 뒤집고, 통상적인 워싱턴의 전선을 돌파해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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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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