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가진 첫 번째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또 다시 동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올해 1월 29일, 3월 19일에 이은 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은 인하를 기대해온 월가와 기업은 물론 대다수 미국인들에게는 실망스런 결정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행 4.25%~4.50%의 높은 수준을 유지키로 하면서 소비자들은 크레딧카드와 모기지, 자동차와 학자금 대출 등 매월 페이먼트를 내고 있는 각종 대출에서 여전히 높은 이자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사실 월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관세 전쟁’을 선포하기 전까지는 연준이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또 기대했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월 20일 취임한 후 일관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지난 3월 말 ‘관세 전쟁’ 선포가 모든 것을 바꾸어 버렸다. 특히 미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각종 생활용품 대다수를 생산하는 중국에 대해 145%의 높은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강과 알루미늄 등 사실상 모든 수입품에 대해 보편관세와 상호관세를 예고했다. 미국과 중국이 12일 상호관세 부과를 일시적으로 대폭 낮추는 90일 휴전기간을 선포했지만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연준은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 충격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행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관세 인상이 유지된다면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제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는 파월 의장이 사실상 미국 경제가 초유의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제 침체)에 빠질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미국이 마지막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1973년 오일 파동 사태 이후로 50여전 전이다. 통상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지면 소비 급감으로 물가는 오르지 않는데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무서운 현상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한 것도 스태그플레이션이 주요 이유다.
경기 침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감률은 직전 분기 대비 -0.3%로 집계돼 2022년 1분기(-1.0%) 이후 3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월가는 2분기 역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자들은 경기 침체를 2분기 연속 GDP 마이너스 성장으로 규정한다.
월가는 적어도 올 상반기, 길어질 경우 올해 하반기까지 연준의 금리 인하가 없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연준의 올해 FOMC 일정은 6월 17~18일, 7월 29~30일, 9월 16~17일, 10월 28~29일, 12월 9~10일 등 다섯 차례 남았다.
한 때 최대 4차례의 금리 인하까지 예상했던 월가는 올해 연준이 많으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 상황에 따라 1차례 또는 최악의 경우 금리 인하는커녕 금리 상승까지 배제할 수 없다.
연준의 딜레마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연준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억제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자칫 금리를 내렸다가 여전히 심각한 물가 상승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실제 지난 7일 FOMC 폐막 이후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과 존 윌리엄스 뉴욕 연준 총재 등은 잇달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 상승, 실업률 상승,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너무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소비 둔화로 경제가 자칫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 연준은 물가 억제와 경기 침체 방지라는, 어쩌면 두 가지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도 혼란과 고충이 심화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소비와 내수가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국민 모두가 소비를 줄이면 기업실적 악화→고용시장 대규모 해고→뉴욕증시 급락→성장 저하 등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적정한 수준의 건전한 소비를 하면서 미래에 대비하는 중장기적인 저축과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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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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