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리 아파트 화재 피해자 김모씨가 화재 현장을 찾아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유학생활 거쳐 3년전 취업, 홀로서기 중에 청천벽력
■ ‘10년만에 처음 마련한 나만의 공간’ 화재 5일전 렌트계약
■ 세입자 보험 없어 피해보상 막막…회사동료들이 고펀드미 개설
자신 만의 보금자리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겠다는 희망이 닷새 만에 산산조각 났다.
지난 6월 5일 뉴저지 포트리 허드슨테라스 선상 5층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해 건물 전체가 잿더미로 변했다. 아파트를 구성하던 38유닛이 모두 전소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본보 6월7일자 A1면>
지역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아파트 화재 피해자 중 뉴욕에서 IT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30대 한인 여성 김모씨도 있다. 김씨는 화재가 발생하기 불과 닷새 전인 6월1일 포트리에 있는 아파트를 렌트해 입주했다.
지난 2010년대 초반 홀로 미국에 온 지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룸메이트 없이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제 미국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려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겠다는 첫 발걸음이었다. 하지만 소중히 마련한 보금자리도, 그리고 희망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화재로 인해 단 5일 만에 잿더미로 변했다.
김씨는 “아파트 3층에 있는 집 안에서 이사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오후 3시께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계속 알람이 울리면서 갑자기 베란다 쪽으로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너무 놀라 휴대전화와 핸드백만 챙겨서 문 밖으로 나왔다.
복도에는 이미 연기가 자욱했다. 간신히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화재 당시 상황을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불이 금방 꺼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불길이 더 세졌다”며 “현장에서 불타는 아파트를 계속 보고 있으려니 너무 슬프고 가슴이 미어졌다.
수 시간 동안 지켜봐도 불길이 잡히지 않아 더는 마음이 아파 볼 수가 없어서 인근 지인의 집에서 겨우 밤을 지냈다. 다음날 아침 아파트로 돌아왔더니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파트 렌트 계약을 하고 입주한 지 5일 만에 벌어진 참사에 “막막하다”는 말로 심정을 전했다. 세입자 보험 등이 없어 피해 보상을 받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후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집에 회사의 고가 전자 장비들이 있었는데 화재로 모두 불탔다.
경제적 피해가 심각하다”며 “무엇보다 당장 살 집을 구해야 하는데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것을 잃어 경제적으로 어렵다. 불길을 피해 맨 몸으로 나온 내게 당장 입을 옷 한벌과 먹을 음식 하나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 30대 초반인 지난 2010년 초 뉴저지에 있는 한 기업에 인턴으로 왔다. 이후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거쳐 3년 전 취업에 성공해 뉴욕에서 IT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미국에는 가족이 없고 한국에서도 지원을 받기 어려워 미국에서의 삶은 홀로서기의 연속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항상 룸메이트와 지냈다. 거의 10년 만에 나만의 공간을 마련해 이제야 자리잡나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 했다.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회사 동료들은 ‘고 펀드 미’(gofundme.com/f/help-jisook-kim)를 통해 온라인 모금을 시작했다.
뉴욕총영사관도 김씨의 사정을 접하고 여권 긴급 발급 수속을 돕는 한편 지원 방법 등을 수소문하는 등 피해자 돕기에 발 벗고 나섰다. 또 김씨가 렌트한 아파트 한인 임대인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그에게 이미 받은 월세와 보증금을 돌려주는 한편, 개인적인 후원금까지 전하며 격려했다. 온정이 조금씩 쌓이고 있지만 여전히 김씨는 도움이 절실하다.
그는 “아직 막막하고 걱정이 크지만 주변의 도움과 격려가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며 “당장 살 집도 없고, 입을 옷도 먹을 음식도 변변치 못한 것이 현실이다. 도움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금의 어려움을 꼭 이겨내고 다시 꿈을 향해 뛰고 싶다. 훗날 나 역시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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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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