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땅콩 앨러지 환자 아들을 둔 돈 크리소토모는 최근 ‘에피 펜’(EpiPen)을 구하지 못해 불안함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에피 펜은 갑작스러운 앨러지 쇼크 발생 시 응급 치료할 수 있는 자가 주사제의 대표적인 브랜드다. 그런데 해당 제약 업체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에피 펜 등 앨러지 쇼크 처방용 자가 주사제가 현재 전국적으로 심각한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앨러지 환자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크리소토모는 평상시 같으면 가정 상비용, 학교 비치용, 그리고 휴대용으로 1년에 3박스씩 구입해 보관해 왔다. 에피 펜 한 박스에는 앨러지 쇼크 발생 시 1회 사용으로 막힌 기도가 열리지 않을 때를 대비해 보통 2회용이 포함되어 있다. 크리소토모가 어렵게 수소문해 찾아낸 약국에서도 에피 펜이 몇 개 남아있지 않다며 1회 사용분만 사갈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자가 주사제 약품 부족에 대한 환자 부모들의 빗발치는 항의가 수개월간 있은 뒤 ‘식품 의약국’(FDA)은 현재 시중에서 2개 약품에 대한 부족 현상이 있다고 지난 9일 공식 발표했다. FDA가 발표한 약품은 제약 업체 ‘밀란’(Mylan)이 판매하는 에피 펜과 ‘임팩스 래보러토리스’(Impax Laboratories)가 제조하는 ‘아드레나클릭’(Adrenaclick) 등이다. 또 다른 자가 주사제 약품인 ‘에이유비-큐’(Auvi-Q)는 시중에 재고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보험 회사의 보험 처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약품이다.

FDA는 에피 펜 부족 현상의 원인을 제약 업체의 탓으로 돌리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공급 일정에 대해서는 반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로렌 스미스 FDA 대변인은 “제약 업체 생산 차질과 약국 업계의 공급 차질 등 원인이 복합적”이라며 “제약업체에 따르면 부족 현상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환자들의 항의가 지속되면서 에피 펜 제약 업체인 밀란은 고객 서비스 부서를 통해 에피 펜 재고가 남아 있는 약국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밀란 고객 서비스 부서의 연락처는 800-796-9526이면 동부 시간 기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락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밀란 측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이미 수개월 전 에피 펜 공급 부족 현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이 FDA 측에 통보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 발표가 늦어진 것에 대한 환자와 소비자들이 항의가 거세다. 46개 주의 환자 및 소비자를 대변하는 단체는 비영리 소비자 보호단체 ‘식품 앨러지 연구 교육’(FARE)측에 에피 팬 부족과 관련된 문제를 이미 항의 형태로 전달한 바 있다.

소비자들의 항의에 따르면 시애틀의 경우 이미 지난 3월부터 에피 펜이 동이 난 상태로 약국 10곳을 방문한 끝에 에피 펜을 구입한 부모의 경우도 있었다. 메인주 요크의 한 부모는 지난 유효 기간이 지나 지난 2월부터 에피 펜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피 펜 부족 사태는 제약 업계의 잦은 인수 합병으로 제조 시설이 축소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에피 펜 제조 공장인 화이자의 메리디안 메디컬 테크놀러지스는 지난해 에피 펜 결함에 따른 환자 사망 사고와 관련, FDA로부터 경고 명령을 받은 바 있으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8만 개 제품에 대한 리콜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준 최 객원기자-New York Tie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