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란 낯선 곳, 결국 산밖에 없었죠”

에베레스트를 뒤로 한 워싱턴 산악인들. 맨 왼쪽이 김남일씨.
산사나이 30년 열정으로
아웃도어 스포츠클럽
워싱턴서 최초로 결성
올해 첫 산악축제 계획
“산에 올라 자연과 하나 되는 순간, 전 행복합니다. 등산화 끈을 매며 설렘이 시작되는 그 맛에 30년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탑아웃도어스클럽을 만들며 워싱턴의 새로운 레저문화를 이끌고 있는 산사나이 김남일 씨(53). 산악인으로 살아온 게 벌써 30년이다. 군 제대 후 1986년, 한국등산학교 입교가 입산의 역사였다. 처음엔 그저 놀이였다 한다.
“재미삼아 시작했는데 8주간의 교육을 통해 산이 아무런 꾸밈도 허위도 없는 모험과 도전의 신천지임을 발견했어요.”
졸업과 함께 동기들과 이륙회란 산악회를 만들어 인수봉부터 전국의 산하와 암봉을 찾아다녔다. “바위에 미쳤고” 산에 대한 열정만으로도 가슴 벅차던 젊음의 시간이었다. 기량이 향상되고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한국등산학교 강사로 활동하게 됐다.
고산 등정의 꿈도 키워나갔다. 2000년 무쿠트파르밧 동봉(해발 7,130m) 원정대장으로 정상을 밟았다. 2년 뒤 브리구판스(6,722m)도 등정했다.
이듬해에는 서울시연맹-티벳등산협회 에베레스트 합동대 등반대장을 맡았고 이어 티벳의 로부제쿵 동봉(7,094m) 원정에도 참가했다.
서울시 산악조난구조대 대원으로도 활동했다. 한국 산악계에서 정통 알피니스트가 되기 위한 엘리트 코스나 마찬가지였다. 장봉완, 엄홍길 등 기라성 같은 산악인들이 이 구조대를 거쳐 갔다.
그에게는 특이한 산행 기록도 있다. 남한 산악인 최초로 2004년 북한의 금강산 구룡폭과 비봉폭 빙벽 등반을 한 것이다. 또 금강산 암벽 개척 등반이란 역사도 이뤄냈다.
“금강산에서 60여년 만에 이뤄진 본격 빙벽 등반이었습니다. 감개무량했습니다. 또 한국 국적 산악인이 금강산 암벽을 등반하기는 해방 이후 저희가 처음이었습니다.”
금강산에서는 북한 구급봉사대원들에게 암벽등반 기술교육도 실시했다. 그는 “처음엔 어색해 하던 북한 대원들이 날이 지나가면서 형님, 아우하면서 가까워졌다”며 “이런 게 바로 남북통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통일은 민초들 차원에서 서서히 무르익는 게 바람직하단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후 서울시산악조난구조대 대장으로 추대됐다. 봉사와 헌신의 시간들이 흘러갔다.
그러다 2013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에게는 눈앞에 서 있는 장중한 고봉처럼 낯선 신천지였다.
2016년 탑 여행사와 협력해 탑아웃도어스클럽을 창단했다. 워싱턴 최초의 아웃도어 스포츠클럽으로 한인들의 건강을 지켜보자는 게 발족 취지다. 일반적인 여행이 아니라 산과 모험이 뒤따르는 진취적인 여행과 산행을 하는 생소한 도전이었다. 한인 회원들과 함께 히말라야의 설산을 오르고 중국의 차마고도(茶馬古道)도 다녀왔다. 주말에는 워싱턴 인근 산행도 하고 스키 투어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하며 관망하시던 분들이 이제는 나도 해보자는 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 꾸었던 잃어버린 꿈을 되찾으려는 분도 계시고, 모험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더 즐거운 인생을 도모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자신의 열정을 환기시키며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려는 분도 계시고… 올해는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것 같습니다.”
2월 캐나다 휘슬러 스키투어, 봄 히말라야 트레일, 8월 알프스 3대 미봉 순례, 9월 실크로드 탐방, 10월 한국 5대 명산 순례, 11월 히말라야, 12월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 그가 꺼내 보여준 수첩에는 올해 계획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와 함께 김남일 본부장에게는 중요한 새해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말 산악인 토론회를 통해 합의한 워싱턴 산악축제를 개최하는 것이다.
“각 산악회 회원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망라한 등산 축제를 통해 즐거운 이민생활, 건강한 삶을 추구하자는 취지로 준비하렵니다.”
지난 30년, 그 무궁한 산 세계를 탐색해온 이 알피니스트의 도전과 열정은 멈출 줄 모른다. 길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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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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