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몸을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벌레 한 마리 걸어간다 한껏 긴 몸을 늘였다가 움츠릴 때 몸 가운데가 봉긋하게 솟으면서 몸 아래에 둥근 공간이 생긴다 긴 몸…
[2006-06-23]풀숲에 호박이 눌러앉아 살다 간 자리같이 그 자리에 둥그렇게 모여든 물기같이 거기에다 제 얼굴을 가만히 대보는 낮달과도 같이 호박을 따고 난 자리가 풀숲에 남아…
[2006-06-23]꽃 피울려고 온몸에 힘을 쓰는 벚나무들, 작전도로 신작로 길로 살 하나 툭 불거진 양산을 쓰고 손으로 짰지 싶은 헐렁한 스웨터를 입고, 곰인형 가방을 멘 계집애 손을 붙들고 아낙…
[2006-06-23]아까부터 수면 가까이 잠자리 하나 날고 있다 꼬리로 살짝살짝 물을 치며 날고 있다 물 속에 비친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유난히 눈부시다 어디가 물속인지 어디가 물 밖…
[2006-06-23]세상은 빨고 빨리는 것의 힘겨루기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진공청소기의 파워를 최대로 하고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장롱 밑의 오래된 먼지처럼 숨죽인 내 영혼도 빨아들이고 온 집안에…
[2006-06-23]장모 이 아무개 여사는 85세까지 혼자 살다가 돌아가셨다. 외아들도 시집간 두 딸도 나름대로 모시지 못한 까닭이 있겠지만 나는 장모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본다. 불효스럽게도 딸들은…
[2006-06-23]살얼음 집어넣고 우표 붙여 겨울다리 건너로 띄우면 속달로 날아온 햇살 네 볼을 만진다 봄이 아, 터지는 소리 네가 받아 열어볼 그 때쯤 …
[2006-06-23]분홍빛 발이 떨고 있다. 오늘 너는 그동안의 실험으로 암에 걸린 것이 밝혀졌다. 오늘 너는 그동안의 몇 차례 실험으로 동맥경화에 걸린 것이 밝혀졌다. 틀림없…
[2006-06-23]20년 전 오른손 쳐든 채 미국 시민권 선서하던 날 왼손에 들었던 성조기 높다랗게 펄럭이고 반쪽 낮달이 뚝 하고 떨어져 내렸다 하늘엔 줄 끊긴 연…
[2006-06-23]고윤숙 달의 인력이 아니라 물고기들이 울어서 넘치는 것이다 발목이 젖는 게 두려운 사람들아 제 눈물에 저를 담그고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라 조석간만이 아니…
[2006-06-23]미류나무 위는 하늘 하늘 끝은 미류나무 높은 데 올라서야 산 높은 것을 아는 법 내 가슴이여 여인을 보고 어린이 앞에 뛰어라 가슴이여 …
[2006-06-23]총탄이 몸에 명중했다 살을 꿰뚫는 얼음번개의 얼얼한 상처, 한데 죽지 않았다 머리에 총 맞지 않았으니 아직 살아 있고 생각하는 일 가능하리라 가슴에 총 …
[2006-06-23]함철훈 칼을 들고 목각을 해보고서야 알았다. 나무가 몸 안에서 서로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 촘촘히 햇빛을 모아 짜 넣던 시간들이 한 몸을 이루며 이쪽과 저쪽 밀고…
[2006-06-23]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 것을 풀숲에 몸을 낮추어 피어 있는 너를 보면서야 알았다 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일이 어쩌면 서…
[2006-06-23]저녁을 먹다 새로 파마한 아내의 머리에 눈길이 멈춘다. 알아? 사람의 유전자가 배추의 유전자와 50% 이상이나 같다는 걸? 왜 파마머리가 배추같이 보이는지 알 것 같아. 신 김치…
[2006-06-23]요즘은 어디에서나 천사들이 보입니다 하늘에는 새들보다 낯선 천사들이 더 많이 날아다닙니다 사람이나 개보다 천사가 많은 세상 어쩌면 집집마다 기도보다 이마에 붉은 띠를…
[2006-06-23]죽을 때까지 사람은 땅을 제 것인 것처럼 사고 팔지만 하늘을 사들이거나 팔려고 내놓지 않는다 하늘을 손대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은 아직 순수하다 하늘에 깔…
[2006-06-23]당신은 사랑 생명이란 말 한마디도 가족이 아니면 절대로 쓰지 않는 정말 가정을 바로 지키는 행복의 등불입니다 당신이 세운 창 울타리는 너무도 엄격합니다 …
[2006-06-23]별 내음 나고 달 내음 나는 우리 새끼들아 엠파이어스테이트보다 더 높은 집에서 나이아가라보다 더 큰 목청으로 자유의 종 따위보다 더 뜨거이 우는 에밀레……
[2006-06-23]나의 일곱 살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눈부신 몸 한낮 적막하게 빈 집을 지키시는, 나의 열네 살적 어머니는 연분홍 봉선화 꽃이셨다. 저무는 여름 …
[2006-06-23]50만 뉴욕 일원 한인사회를 대표하며 세계 속 한인사회의 위상을 드높여온 ‘코리안 퍼레이드’가 오는 10월4일 성대하게 펼쳐진다. 뉴욕한인회가…
공항 검색대(TSA)에서 이제 더 이상 신발을 벗을 필요가 없어졌다.2006년부터 미국의 모든 공항에서 신발을 벗고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지만 …
연방 이민당국이 LA 한인타운에 인접한 맥아더팍에서 7일 오전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총기로 중무장한 군대를 동원해 급습 이민 단속을 펼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