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문화의 재현 (상)
▶ 리드부자 공연 장소 물색, LA 교향악단 첫 공연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자연 지형 이용한 ‘할리웃 보울’ 미국 최대 규모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자연 지형 이용한 ‘할리웃 보울’ 미국 최대 규모](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6/03/16/20160316111426561.jpg)
할리웃 전망대에서 바라본 할리웃 보울. 1만8,000명 정도를 수용한다.
로스앤젤레스에는 세상에 내놓을 만한 자랑거리가 하나 있다. 한국일보에서 매년 5월 ‘코리안 뮤직 페스티벌’을 열고 있는 곳이다. 그곳은 바로 할리웃 보울로 1만8,000명 가까이 수용하는 거대한 야외 극장이다.
참고로 서울의 세종문화회관이3,000석이 조금 넘는 규모이니 세종문화회관의 6배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객석 맨 끝에 앉아 있으면 육안으로 무대 위 사람의 얼굴을 분간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여기서는 그저공연 분위기를 멀리서나마 함께 즐기는 것에 만족해야 할 듯싶다. 그래서 나중에는 객석 옆에 대형 스크린을설치해서 공연을 즐기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내에서 자연 지형을 이용한야외극장 중에서는 최대 규모이다. 땅의 생김새가 밥그릇의 내부 같은 분지 모양이어서 밥그릇(bowl)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이것은 극장이라고는하지만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콘서트같은 공연을 위한 시설이다. 이 거대한 극장은 로스앤젤레스와 어떤 인연을 맺고 태어났을까?로스앤젤레스의 기후는 사시사철 온난하다. 대륙의 서쪽에 위치해서 여름에 건조하고 겨울에 습한 지중해성 기후에 속한다. 겨울에 습하다고 해서 비가 많이 오는 편도 아니다. 연강수량이 서울의 4분의 1 수준이다.
봄, 여름, 가을에는 비오는 날이 손에꼽을 정도로 거의 날이 맑다고 보면된다. 이 덕에 1910년 이후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 산업이 발전하게 되었고 영화 산업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로스앤젤레스로 불러 모았다. 이 예술가들은 주로 미국 동부나유럽에서 찾아 왔다.
19세기 말, 예술가들의 눈을 사로잡은 잡지에 실린 광고를 한번 보자.
“오전 10시15분에 간식으로 오렌지를 먹고, 11시30분에 눈밭에서 뛰어놀고, 오후 3시30분에는 산타모니카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자." 무심히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일련의 사건이 1년 동안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하루 동안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겨울철에 뒷산에 오르면 눈 구경을 할 수 있고, 바닷가에 가면 물장난을 칠 수 있다는 얘기다.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이렇게 해서 처음에는 영화에 관련된 배우나 감독, 작가 같은 예술가들이 로스앤젤레스로 찾아 왔고 나중에는 영화와는 관련이 없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도 날씨 좋은 로스앤젤레스에 매료되어 모여 들었다.
지중해성 기후인 로스앤젤레스의기후는 그리스, 로마의 기후와 비슷하다. 어떤 이들은 아예 지중해 인근에서 씨를 가져와서 농사를 시작한사람도 많았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나파 밸리는이곳에서 재배한 포도를 이용한 포도주로 유명하고, 로스앤젤레스 남쪽의 오렌지 카운티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오렌지 재배로 유명한 곳이었다. 2015년 현재 가장 유명한 작물은 아몬드이다.
LA에 모여든 예술가들은 유럽 문화의 뿌리인 그리스 로마 문화를 로스앤젤레스에 옮겨와 뿌리내리려 시도했다. 지중해 쪽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머나먼 고향의 추억이었을 것이고음산한 기후의 중부나 북부 유럽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문화의 원류에 대한노스탤지어 같은 것이었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그리스, 로마문화를 동경하여 동호 회같은 모임을 만들어 그들 스스로 즐기려고 하였다.
이들 중에 리드 부자(William Reed와H. Ellis Reed)가 있었다. 이 둘은 천혜의 기후를 만끽하면서 그리스인들처럼 야외 공연을 즐길만한 장소를물색하러 로스앤젤레스 인근 이곳저곳을 헤매 다녔다. 이렇게 힘들게 찾아낸 곳이 현재의 할리웃 보울 자리이다. 아래는 무대를 꾸미기에 적당히 평평하고 주변은 완만하게 올라가서 객석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리스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에피다우로스 원형극장(기원전 4세기)을 연상시킨다. 이 극장 역시1만5,000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시설이다. 리드 부자가 찾은 이곳은 특별히 인공의 시설을 만들지 않아도 그 자체로서 이미 극장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게다가 할리웃에서도 멀리떨어져 있지 않고 바로 뒷동산 같은곳에 자리해서 접근성도 좋았다. 리드 부자는 그들이 속한 모임인 TheatreArts Alliance으로 달려가서 이곳을 개발하자고 주장했다.
이때가 1919년이었다. 한국에서는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동안 여기평화로운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리드부자가 동경하는 낙원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었다. 이들의 노력덕에 2년 후 1921년 3월에 로스앤젤레스 교향악단(Los Angeles Philharmonic)이 이곳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하게 된다. 무대와 객석을 모두 임시로 설치한 후 시험 공연을 가졌다.
호응이 좋았다. 한 달 후 부활절 행사에 모인 사람들을 그린 모습을 보면 이곳이 얼마나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지 증명해 보여 준다. 이곳의 인기는 점점 높아져 갔다. 영구적인 시설을 설치해도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꾸준히 공연을 유치할 가능성이 보였다.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자연 지형 이용한 ‘할리웃 보울’ 미국 최대 규모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자연 지형 이용한 ‘할리웃 보울’ 미국 최대 규모](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6/03/16/20160316111426562.jpg)
그리스의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 중 하나인 에피다우로스 원형극장(Theatre of Epidaurus. 기원전 4세기).
<건축가 김태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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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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