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에 현지재배 꽃만 쓰는 꽃집 등장-미국서 파는 꽃의 80%는 해외에서 수입
▶ 현지 농산물 운동에 이어 현지 꽃 운동

미국에서 재배한 꽃들만 사용해 만든 팜걸 꽃집의 꽃다발. 커피를 담았던 대마 자루로 꽃다발을 싼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사는 크리스티나 스템블의 주변에는 꽃 농장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도 미국에서 파는 꽃의 80%는 수입된 것들이라는 사실이 그는 못마땅했다. 외국에서 수입하기 보다는 미국 현지에서 재배된 꽃들을 좀 더 많이 이용하자는 취지로 그는 꽃집을 시작했다. 팜걸 꽃집(Farmgirl Flowers)이다. 바다 건너 멀리서 냉장 상태로 우송된 꽃 보다 인근 농장에서 갓 꺾어온 싱싱한 꽃들을 제공하자 소비자들도 좋아했다. 이제 그는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시작한 꽃 사업을 전국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전거로 꽃 배달을 하는 팜걸 직원.
“현지 재배 꽃 운동은 말하자면 10년 전 현지 재배 농산물 운동 같은 것이지요.”소비자들이 꽃에 대해서도 어디서 재배된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재배지를 보며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스템블은 말한다.
38살의 그가 꽃집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은 우연이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일하던 그의 주 업무는 동창회 행사들을 주관하며 경비를 줄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니 예산의 많은 부분이 꽃값으로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인근 꽃농장에 가서 꽃을 사와서 직접 꽃꽂이를 하곤 했다. 북부 인디애나에서 옥수수와 콩밭들에 둘러싸여 자란 그는 농부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다.
스템블은 2010년 거실에서 팜걸 꽂집을 시작했다. 현지에서 재배된 제철 꽃들로 매일 꽃다발을 만들어 베이 지역 고객들에게 자전거로 배달했다. 이제는 꽃 도매 시장인 샌프란시스코 플라워 마트에 가게를 차렸고 지난해 5월부터는 미전국으로 꽃을 우송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은 450만 달러. 2014년에 비해 두배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팜걸 꽃집에서 꽃을 산 고객 중 40%는 다시 꽃을 사러 온다.
스템블과 플라워 디자이너들은 매일 그날의 꽃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현대적이면서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려 애를 쓴다.
스템블은 꽃 디자인에 있어서는 자신이 좀 잘난 척 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요즘 흔히 보는 꽃꽂이들은 모두가 천편일률적이고 싸구려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보고 주문해서 받아보면 전혀 다른 모양일 때가 많다고 그는 덧붙인다.

샌프란시스코 플라워 마트에 자리잡은 팜걸 꽃집.
팜걸 꽃집에서 꽃을 주문하려면 예를 들어 빨간 장미 12송이 같은 것은 없다. 그날의 꽃꽂이 중에서 크기를 고를 수 있을 뿐이다. 가격은 보통 38달러에서 78달러 수준. 꽃꽂이는 제철 꽃들로 만들어지고 주문하는 꽃 농장에서 어떤 꽃들을 공급해주느냐에 따라 재료가 달라진다. 스템블과 거래하는 농장들은 대부분 그가 구체적으로 원하는 종류의 꽃들을 재배해 공급하고 있다. 꽃다발은 대부분 지역 커피 로스터들이 기부한 대마 커피봉지로 싸서 만든다.
스템블이 수입한 것들보다 가격이 비싼 미국 현지 재배 꽃들을 비교적 적당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것은 선택의 폭이 제한된 덕분이다. 전통적 꽃도매상이나 화원들은 소비자들이 무얼 살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서 50가지 종류를 사들여서 그중 25가지를 판다. 나머지 25가지는 버려지는 것이니 가격은 그것까지 감안해서 책정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봄부터 시작한 전국 배송은 팜걸 꽃집 비즈니스의 30%를 차지한다. 스템블은 내년이나 후년에는 동부에 지점을 하나 세울 계획이다. 하지만 2010년 그가 비즈니스를 시작했을 당시 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회의적이었다.
수십 가지 꽃꽂이와 선물 품목들,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들을 갖추고 사업을 하는 대형 회사들 틈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스템블이 제공하는 꽃들을 좋아하는 소비자 군이 있다는 사실을 그가 증명해 보였다. 틈새시장 개척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팜걸 꽃집 같은 회사가 생겨나서 독특한 틈새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일이 몇 년에 한번씩 있지만, 사업을 전국으로 늘리려고 하다보면 배송문제며 가격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는 것이다.
팜걸 역시 꽃 재배자들이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나 먹히는 틈새 개념이라는 것이다.
스템블은 저축해두었던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외부 투자가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그의 비즈니스 모델이 투자가들을 주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투자가들은 경비 절감을 내세운다. 풀타임 직원을 고용하기보다 계약직으로 직원들을 고용해야 종업원 베니핏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템블은 그런 식으로 사업을 하고 싶지는 않다. 배달 담당을 비롯 그의 직원 46명은 모두 정규 직원으로 회사가 건강보험을 100% 제공한다.
투자가들은 또 현지 꽃보다 가격이 싼 해외 산 꽃들을 쓰라고 하지만 그 역시 스템블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미국의 꽃 시장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91년 안데스 무역 특혜법 때문이었다. 남미 국가들이 불법 마약 밀거래 대신 꽃 재배 등 합법적 산업을 육성하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무역 특혜제도이다. 그로인해 관세가 없어지자 미국의 꽃 농장주들은 남미에서 재배한 꽃들과 가격 면에서 경쟁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 결과 미국에서 꽃 재배를 하던 농부들 중 절반이 농장 문을 닫았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1990년대 초 꽃 재배농장이 500개 있었던 것이 지금은 200개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남미의 값싼 노동력, 햇빛 쨍쨍한 기후 조건 등 유리한 조건에 맞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쓰는 꽃의 80%는 수입된 것들이다. 가격이 맞으니 수요가 있는 것이다. 현지 재배 꽃만 사용한다는 원칙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스템블이 샌프란시스코 인근 꽃 농장주들에게 힘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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